[기자수첩]핵융합연·재료연 독립, 출연연 인식 제고 계기 되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최근 경사가 생겼다. 출연연 부설기관인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재료연구소가 독립 법인으로 거듭나는 법률 기반이 지난달 29일 마련된 것이다.

난산이었다. 관련 법안들은 지난 2017년부터 발의되기 시작, 3년여의 긴 시간과 우여곡절 끝에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겨우 통과될 수 있었다.

핵융합연과 재료연은 향후 법안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반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독립된 기관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오랜 세월의 '연구소' 간판을 떼고 새롭게 '연구원'이 된다.

핵융합연과 재료연의 독립 법인화는 기관에 큰 힘을 준다. 핵융합연은 그동안 '법인격'을 갖추지 못한 탓에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실험에 참여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향후 지식재산권(IP)에 대해서도 법률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독립 법인화가 가능해지면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재료연은 독립 법인화로 소재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기관 위상과 존재감을 확보, 우리나라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일본의 그림자를 지워 가는데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만큼 어깨는 무거워진다. 얻는 만큼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더욱이 출연연은 21세기 들어 크고 작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출연연에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없지만 창출되는 성과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독립 사안을 두고 '출연연을 늘리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의문은 기관 성과로만 불식시킬 수 있다.

핵융합연과 재료연이 큰 성과를 보인다면 이는 출연연 전체에 대한 인식 제고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부설기관의 독립을 앞당기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 출연연을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핵융합연과 재료연의 건투를 기대한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