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상공인에게는 여전히 먼 포스트 코로나

'비대면(언택트)' '디지털 전환' '역사적·시대적 변곡점'.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문가 사이에서 줄곧 오르내리는 말이다. 앞으로는 대부분 산업이 비대면 환경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 전환 없이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경고다. 이 같은 환경 변화가 역사적·시대적 변곡점으로 작용해 기존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예측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시 소강 상태를 보이면서 정부와 전문 연구기관은 저마다 코로나19 이후를 관측하기 시작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기술을 분석하는 세미나가 열리는가 하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키워드를 제시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한창이다.

정부도 포스트 코로나 기대를 스타트업과 유니콘, 혁신 성장에서 찾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기념연설 이후 첫 행보로 청년 스타트업과의 자리를 마련한 것 역시 코로나19 이후 정부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벤처·스타트업에서 찾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머리를 맞대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들은 눈앞이 여전히 깜깜하다. 변곡점이라기보다는 그저 위기로 다가올 뿐이다. 당장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버텨 내는 일도 쉽지 않다.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접대출 재원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소진된 것만 봐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투입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시작부터 사용처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스마트상점과 같은 지원 정책은 당장을 버티기도 어려운 소상공인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실태 파악조차 안 돼 있으니 제대로 된 처방은 기대조차 어렵다.

위기 속에서 기회가 찾아온다지만 그 몫은 준비된 자에게만 돌아가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도 역사적·시대적 변곡점 이후를 예측할 수 있는 비법은 없다. 그러나 이번 위기에서 말미암은 타격은 예상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 대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면밀한 실태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