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학수 금융결제원장 "한국에 금융달팽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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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얼마전 달팽이의 별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습니다. 달팽이처럼 촉각에만 의지해 세상을 사는 남편과 척추장애를 앓는 아내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우린 가장 귀한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 가장 값진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습니다'.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금융결제원장을 맡은지 1년, 한국 금융시장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건 금융결제원 역할은 달팽이라는 것입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소란스러운 것에 집착하지 않고, 가치 있는 무엇을 국민에게 선사하는 조직. 시각보다 정확하고 더 빠른, 청각이 강한 '금융 달팽이'를 만드는 게 저의 목표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결제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부여받은 책임은 막대하다. 국가 기관망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결제망을 운영·관리하고 다양한 미래 신기술을 금융 인프라에 접목한다. 한국 대표 프로세싱 허브라고 할 수 있다. 오픈뱅킹, 마이페이먼트, 제로페이 운영, 생체인증, DID사업 등 한국 4차 금융혁명의 실질 운영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금결원이 해야 할 일을 한가지로 정의했다.

공정하고 안정적인, 그리고 국민에게 가장 편리하고 빠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생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을 만나 솔직담백한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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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원장 취임 1년을 축하드린다. 금융당국 출신 1호 금융결제원장이라는 별칭이 시장에 붙었다.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한데, 소회가 어떠신지.

▲금융결제원을 외부에서 보면, 그냥 잔잔하고 복잡한 업무를 하는 기관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원장 취임 후 현장 일선에서 같이 호흡하다보니 금결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부여받은 책임이 막중한지 새삼 느낀다. 일복이 많은 건지 취임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테크핀 시대에 돌입했다. 블록체인과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신기술이 금융 생태계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눈코뜰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스스로에 대해 나태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루에도 몇번씩 한다. 특히 IT를 모르는 원장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항상 물어보고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오픈뱅킹' 금융고속도로망을 개통했다. 누구나 금융시장에서 공평하게 서비스를 발현하고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 핵심 게이트 역할을 금융결제원이 맡고 있는데, 향후 확대 방안이 있는가.

▲금융결제원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 시중 은행과 ICT 기반 핀테크 사업자가 수수료 부담 없이 콜라보할 수 있는 전용 노선을 깐 셈이다. 의미가 크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는 상생에서 나온다. 금융인프라를 전면 개방해 다양한 혁신 플레이어가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오픈뱅킹의 핵심 역할이다. 전자금융법 개정에 맞춰 금결원도 정부와 함께 오픈뱅킹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상으로 참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후 참가기관 전산 개발과 테스트를 거쳐 보다 완벽한 금융고속도로망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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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마이데이터 시대가 도래한다. 마이데이터 라이선스제 도입 등으로 종전 금융시장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결제원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고, 마이데이터 산업 진흥에 대한 역할이 있다면.

▲마이데이터가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정보나 금융상품을 자유자재로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포켓 금융(Pocket Finance)' 생태계 도래를 뜻한다.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제한 없이 접근 가능해지고,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융합해 특화된 정보관리나 자산관리, 신용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카드거래 내역이나 투자 정보 등을 분석해 파격적인 금융상품을 선보일 수도 있다. 소비자 정보 주권 시대 개막이다. 금융뿐만이 아니다. 각종 정부 단위 사업과 유통, 통신, 가전, 부품소재에 이르는 전후방산업 모두에 이제 데이터를 자유롭게 입힐 수 있는 법적·기술적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에 의하면 금융고객이 요청하는 경우 금융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고객 신용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직접 전송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과 마이데이터 사업자 간 정보전송을 위한 개별 API를 구축해야 한다. 다만 중소 기업의 경우 개별적으로 대형 금융사와 계약해 운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계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은 시행령을 통해 중계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최근 마이데이터 전담 TF를 구성했다. 마이데이터 중계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가 금융시장에 정착될 경우 어떤 변화가 있는가.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는 어찌보면 하나의 데이터 산업을 형성하는 핏줄과 심장이다. 오픈뱅킹은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결합돼 자산관리플랫폼 분야까지 발전할 것으로 본다. 모든 금융권에 흩어진 자산을 조회·분석하고 필요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 같은 기능과 인프라가 마이데이터의 핵심 축인 마이페이먼트 산업과 연계된다면 금융정보 유통은 물론 이체기능의 결합, 중장기로 개방형 오픈파이낸스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본다.

마이페이먼트(PISP)는 국내 금융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는 '혁신적 파괴'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자금 없이도 결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은행 계좌에 별도 충전 없이 결제가 가능해 진다. 신용카드사가 쥐고 있던 시장을 직불결제 수단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금융사 종전 수수료 체계를 붕괴시키는 서막이 열리는 것이다. 결국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결합은 한국에서 새로운 금융 챌린저를 탄생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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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올해 금융시장에 불 것으로 보인다. 2년차를 맞는 금융결제원 수장으로서 중점 추진 사업은 무엇인가.

▲금결원 사업이 상당히 다양해 보이지만 종국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다. 한국 오픈파이낸스 서비스를 추진하는데 우리 원이 핵심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오픈뱅킹 안착이 중요하다. 2금융권까지 안정적으로 금융고속도로망을 개통해 국민 모두가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마이데이터 산업 역시 중계기관 지정이라는 막대한 의무를 부여받은 만큼 산업 지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중장기로 오픈뱅킹과 계좌통합관리, 마이데이터를 모두 묶어 한국을 오픈파이낸스 강국으로 만드는데 소임을 다하겠다.

은행과 제2금융권 간 계좌이동, 대환대출, 금융상품 변경 등 국민들께서 상상하는 모든 유형의 개방형 금융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현하는 세상을 정부와 금융사, 금결원이 함께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아울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 빅데이터 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결제원이 보유한 금융결제정보(빅데이터) 분석, 개방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종 산업간 데이터 융합이 가능한 결합인프라를 만들어 금융사-핀테크기업 신규 사업 창출은 물론 업무개선을 돕는 상생 조력기관으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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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민감한 질문일 수 있다. 금융결제원이 민간사업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일부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금융결제원은 공적 성격을 가진 금융인프라 운영기관이다. 업계에서 금결원이 밴(VAN) 사업을 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물론 금결원이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밴 사업을 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그렇진 한다. 하지만 업계 의견도 새겨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결원이 밴 사업을 하는 목적은 고객 편의 제고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면 사업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밴 시장은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중계 사업이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인프라가 이렇게까지 고도화된 데에는 밴사 역할이 컸다. 그만큼 공적 인프라로 자리잡았다는 말이다. 최근까지 진행된 IC카드 단말기 전환 정책에 금결원도 참여해 많은 역할을 했다고 자처한다. 아울러 향후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공공밴(VAN) 필요성이 대두된다면 결제원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마라톤에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 금결원은 공적인 성격을 통해 밴시장에서도 다른 밴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상생할 수 있는 기관으로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금융결제원장으로서 포부 한 말씀 부탁한다.

▲1년간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급변하는 금융시장을 직접 체험했다. 이제 한국 금융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걸 우선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한다. IT역량과 인프라 등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이제 금융결제원과 금융사가 공동으로 '쉐어드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협력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간편결제, 인증, 신디케이트론, 자금세탁방지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 추진할 수 있는 쉐어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개별 금융사가 이중투자하는 사례들이 일부 있었다. 아울러 여러 테크핀 혁신 사업이 구체화되는 만큼 디지털 정보 격차로 인해 소외계층이 발생해선 안된다. 은행 영업점 감소,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이용이 힘든 고객도 늘고 있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금융결제원에 남아서 해야할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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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금융결제원 원장은…

1965년 경기도 군포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 자본시장 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친 금융전문가다.

2013년부터 세계은행에서 'Senior Financial Specialist'로 근무한 바 있다. 금융산업 전반은 물론 자본시장에 정통한 몇 안되는 금융관료로 평가받는다.

금융결제원장으로 부임 후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인증시스템 혁신 등 디지털 금융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리=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