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삼성 리스크'

[사설]우려되는 '삼성 리스크'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라인에 대규모로 투자한다. 삼성은 미래 시장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라인을 추가 구축한다고 1일 밝혔다. 증설된 라인에서는 최첨단 'V낸드' 제품을 생산한다. 투자 규모는 7조~8조원이다. 이미 5월부터 클린룸 공사에 착수, 2021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지난 2015년에 조성된 평택캠퍼스는 삼성의 차세대 메모리 전초기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라인을 두고 있다. V낸드 플래시는 단층 구조를 수직으로 쌓아 집적회로(IC) 숫자를 크게 늘린 차세대 메모리 제품이다.

삼성이 경기 불황에도 대규모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으로 늘어나는 낸드 수요를 겨냥한 중장기 포석이다. 미래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삼성의 과감한 투자는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총수 체제이기에 가능했다. 미래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당장 실적 달성에 급급한 전문 경영인의 경우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만큼 책임이 따르고, 판단이 잘못됐을 때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오너 중심 체제가 전근대적이라고 비난하지만 주주 중심의 이사회 체제가 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삼성을 둘러싼 최근 분위기를 우려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총수 공백이 사업과 경영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좋건 싫건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의 위기감이 높아질수록 증시에는 물론 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 리스크'가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리 만무하다. 자칫 기업 전체의 역동성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증대, 일본과의 갈등이 복합 작용하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정부와 기업이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다. 지금은 삼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 상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