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사건으로 변질된 삼성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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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치사건으로 변질된 삼성 수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정식으로 요청한 것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시민이 참여해 검찰의 기소 재량권을 견제·감독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검찰은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신설했다. 국민 관심이 높거나 사회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와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강제력이 없다. 담당 검사가 심의 결과를 참고할 뿐이다. 그럼에도 삼성이 위원회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절박함'이다. 검찰 수사로 경영 공백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2년 넘게 수사가 이어지면서 경영에 타격을 받았다. 검찰에 불려간 과거 삼성 임원진만 100여명에 달하며, 소환 횟수도 1000여회에 이른다. 공개적으로 진행된 검찰 압수수색도 삼성 관계사 17개사 대상으로 7차례 정도 이뤄졌다. 만약 총수까지 구속된다면 삼성은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또 하나는 '공정성'이다. 검찰이 중립성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1년 8개월에 걸친 조사에도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높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수사는 이미 정치사건으로 변질됐다. 삼성 특정 회사를 겨냥한 수사지만 정치권과 여론에 따라 수사 방향이 흔들리면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삼성이 검찰 눈 밖에 나는 상황을 감수하면서 최후의 카드까지 꺼냈을까 싶다. 빨리 검찰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전제는 객관적 판단이다. 정치적 입김이나 사회 여론을 의식한 수사라면 후폭풍만 불러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