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 고수익 찾아 배달기사로 전직

택배기사들 고수익 찾아 배달기사로 전직

#바로고 수원 곡반허브에서 근무 중인 공태웅 팀장은 배달대행기사로 전직 이후 순수입이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 쿠팡플렉스 배송기사로 활동 당시 하루 6~10시간을 일해 월 350만~500만원 수입을 올렸고, 유류비 등 제반비용을 빼고 순수익 200만~350만원을 가져갔다. 올해 배달대행기사 활동을 시작하고 같은 시간을 근무하면 한 달에 600만~700만원을 올린다. 유류비·보험료로 100만원을 제하고 나면 월 순수익으로 500만~600만원이 손에 들어온다. 동일 시간 근무 기준으로 수입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료 택배기사들 10여명도 최근 배달대행업체를 찾아 전직을 문의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고수익을 찾아 택배업에서 배달업으로 이동하는 플랫폼 노동자 숫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두 업종 모두 코로나19 수혜를 입어 주문량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자차 활용이 가능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쿠팡플렉스는 투입 시간 대비 효율이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쿠팡플렉스 배송 단가는 배송 1건당 500~1000원 수준이다. 물동량에 따라 매일 단가 조정이 있다. 코로나19 초기 사회 전반적으로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기사 공급이 물동량 공급 대비 크게 급증했다. 3월 초 심야배송 기준 평균 일 수입이 8만~10만원이었다면, 단가가 하락하면서 5월 기준 3~5만원까지 기대 수익이 하락했다. 지난달 '쿠팡플렉스 전국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하루 평균 소득이 3만원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23.41%로 가장 많았다. 캠프 배정으로 근무 가능한 날짜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배달대행 업계 신규 기사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물동량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륜차는 소지 및 운용 가능한 인원이 승용차 대비 많지 않은 데다 사고 발생 시 위험도가 높아 진입장벽이 비교적 뚜렷한 탓이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바로고의 월간 배달 수행건수는 지난해 1월 357만건에서 올해 4월 기준 982만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 배달기간 지원자 수는 210명에서 4000명으로 증가했다. 월간 배달건수는 600만건이 늘었지만 이 주문을 수행할 신규 기사는 3800명 정도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편의점·화장품·가정간편식(HMR) 등으로 배달가능 품목이 대폭 확대되면서 플랫폼 간 기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바이크 리스비 지원 등 금융혜택 및 종합보험 단체 가입 등으로 차별성을 강조하는 추세다. 실제로 바로고 기사의 1건당 평균 배달 수입 역시 2017년 3074원, 2018년 3292원, 2019년 3416원으로 매년 상승 추세를 보였다. 일반적인 배달대행료는 각 지사와 상점 간 계약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재계약 시점 전 중간에 가격이 변동이 없어 단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도 없는 편이다.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단가 변동이 심한데다, 물량 집중도가 낮고 동선 낭비가 심하다는 인식이 플랫폼 노동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배달대행은 물량 자체는 풍부하기 때문에 근무 강도를 조절하면 수입이 급증한다. 최근 업계 간 기사 이동은 이 같은 측면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