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PC게임, 등급 분류 안 받으면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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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 스팀에 유통하는 30여곳에 안내
국내 업체 '역차별 해소' 기대감 커져
형사 처분 불가능…실효성 확보 과제
대책 없을 땐 이용자에 피해 전가 우려

"해외 PC게임, 등급 분류 안 받으면 제재"

게임물관리위원회가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등급 분류 없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해외PC 게임을 규제한다. 국내외 게임사 간 역차별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게임위는 스팀을 통해 국내에 게임을 판매하는 30여개 해외 게임사에 등급 분류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밸브 역시 같은 내용을 게임사에 전했다. 밸브는 한발 나아가 “등급 분류를 받지 않으면 한국 게임 판매를 종료시킬 것”이라며 전향 자세를 취했다.

게임위는 해외 게임사가 편리하게 등급 분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 안내를 받은 게임사가 등급 분류를 받지 않으면 해당 게임은 불법 게임물이 된다. 게임위는 불법 게임물에 대해 국내 유통을 거부하거나 퇴출 제재를 취할 수 있고, 호스팅 업체에는 사이트 차단 요청을 할 수 있다. 게임산업법에 따라 형사 처분도 가능하다.

그동안 비한국어화 게임은 국내 배급 목적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등급분류제도 적용을 받지 않았다. 게임위는 '한국어화'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에 이용자가 많고 상당한 다운로드가 발생하면 국내 판매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인 대상 게임은 해외와 국내를 가리지 않고 관련법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이 반영됐다.

게임위가 기준을 세우고 밸브가 협조하는 모양새다. 역외사업자 역차별과 관련해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스팀은 세계 최대 PC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100만여 게이머가 스팀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플랫폼이란 명목으로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해 왔다. 1개 국가의 법을 플랫폼 전체에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자율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획득한 해외 기업인 구글, 애플,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오큘러스와 달리 사실상 방관했다. 스팀은 지난 2018년 12월부터 국내 PG사를 통한 국내 카드 결제를 지원하는 등 이중 행보를 보였다.

그럼에도 제재를 하지 못했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체가 한국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이용자가 100만명에 달해 접속을 차단하면 파급 효과가 막대한 만큼 개입 부담이 컸다. '헤이트리드'와 같이 극도의 폭력성을 내세우는 게임이 국내에 유통됐다.

실효성 확보는 과제로 남았다. 역외 사업자에게 형사 처분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임사가 등급 분류를 받지 않아도 이미 한국에서 매출을 올렸기 때문에 철수하면 그만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밸브나 게임사가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배상 받을 길이 없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스팀이 국내 위상을 고려해 올바른 법적 지위를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다만 비영리 목적으로 만든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기로는 사전 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