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회는 균등해야

[기자수첩] 기회는 균등해야

쌍용자동차가 중장기 신차 로드맵을 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 부분변경 G4 렉스턴, 내년 초에 코란도 전기차를 각각 출시할 계획이지만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신차 개발은 3년 이상 걸린다. 개발 시기를 놓치면 시장에서 낙오된다.

최대 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에 기대기도 어렵다. 애초 기대한 2300억원 규모의 지원은 400억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가 원인이다. 마힌드라는 인도에서 4월 판매량 0대를 기록했다. 5월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9% 줄어든 9076대에 그쳤다. 마힌드라가 주춤하자 산업은행도 쌍용차 지원에서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최근 서울서비스센터를 투자운용사 PIA에 팔았다. 평택공장, 창원공장 등 핵심 생산시설만 제외하고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며, 고용 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더 이상 쌍용차의 구조조정만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 주주 또는 정부 지원이 없다면 이후엔 구조조정이다. 정규직 4900여명과 비정규직 1500여명의 생사가 달린 일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영 위기를 겪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간안정산업기금(이하 기안기금)으로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돕는다. 물론 이자는 내야 한다. 그러나 휘청이는 기업은 이자를 내더라도 자금 수혈이 절실하다.

정부의 항공·해운업 지원용 기안기금 지원 기준은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이다. 가장 중요한 척도는 코로나19 영향 여부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실한 기업은 지원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아직 완성차업계 지원안은 없지만 쌍용차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까지 감소했다. 5월 누적 판매량은 3만9206대로 전년 대비 32.4% 감소했다. 최대 주주의 지원 여력이 떨어진 원인도 코로나19 때문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쌍용차는 과거에도 정부 지원을 받았다. 대출 상환 유예 등은 있었지만 꾸준히 갚아 나가고 있다. 정부 자금이 출자 전환된 다른 완성차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정부의 자구 노력 권고에 노사가 합심해 복지 축소, 급여 삭감 등을 추진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쌍용차는 조만간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예정이다. 결정권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있다. 자금 회수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하되 다양한 노력이 심사에 반영되길 바란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