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01>한국판 뉴딜:혁신 중소벤처기업 직접투자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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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과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방만하던 대기업의 사업 구조가 핵심 역량 중심으로 재편됐으며, 벤처기업과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이 성장해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도 우리 경제가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35조3000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경을 통해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의 전환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한국판 뉴딜에는 오는 2022년까지 총 31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빅데이터·5세대(5G)통신망·인공지능(AI) 분야 벤처기업 육성, 제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비롯해 나아가 비대면·디지털 창업기업 및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1조원 규모의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도 조성된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 여부는 코로나19 이후 성장을 이끌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뿐만 아니라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방역과 보건의료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중소벤처기업 창업 및 성장이 가속돼야 한다. 이와 함께 주력 산업 내 중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의 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혁신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과 세계 시장 진출을 주도할 플랫폼 벤처의 창업도 활발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이 혁신적 중소벤처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투자 확대와 더불어 정부 지원 방식 및 대상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 방식은 정책자금의 직접대출 형태, 신용보증을 통한 금융기관의 저리대출과 같은 융자 형태, 연구개발(R&D) 출연금 지원과 같은 보조금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 이에 비해 창업벤처에 대한 투자 방식의 자금 지원의 경우 민간 벤처캐피털이 조성하는 투자펀드에 정부는 매칭 방식으로 출자할 뿐 정부 주도의 직접투자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벤처에 대한 직접투자를 민간이 운영하는 펀드에만 맡겨 놓는다면 위기를 돌파해서 성장을 이룩할 만한 충분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대면 서비스, 전통 제조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 해외 공장의 리쇼어링, 브랜드K 제품의 수출 같은 사업을 수행하는 창업벤처는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는 직접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공 투자펀드를 조성해서 마련한 충분한 규모의 자금을 직접투자 방식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책 전문가 일각에서는 정부보다 민간이 수익 잠재력이 높은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벤처투자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민간 투자자는 실패 위험이 크거나 단기적으로 수익을 시현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며, 이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공공 펀드가 선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공공 펀드가 민간 투자를 견인해야 한다.

민간 벤처캐피털이 고도로 발달해 있는 미국조차도 중앙정보국(CIA) 산하 벤처캐피털이 정보보안 기술 벤처 등 국가 안보상의 전략 가치가 높은 벤처기업을 발굴해 직접 투자하고 있다. 독일도 창업 초기 단계 투자는 정부와 국책은행 투자로 설립된 HTGH가 주도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는 모태펀드가 최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 업력 3년 미만의 스타트업 1500개를 대상으로 1000억원을 직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 정책이 진일보했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새롭게 조성될 스마트대한민국펀드도 창업벤처에 대한 정부 주도의 선도적인 투자를 이끌어 가는 펀드로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장 bhlee@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