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의 블록체人]<2>언택트를 푸는 열쇠, 스마트 컨트랙트

[김종현의 블록체人]<2>언택트를 푸는 열쇠, 스마트 컨트랙트

코로나19 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비접촉)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으로 무인 서비스와 비대면 비즈니스가 중요해지며 산업지형을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가 급증하던 지난 2월 의사 판단에 따라 감기나 만성질환 환자는 방문 없이 상담과 처방을 받는 한시적 원격진료가 검토된 바 있다.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으로 발행되는 처방전과 같은 각종 전자문서 위·변조가 이슈가 될 수 있다. 만나지 않고 수행되는 비대면 업무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전자문서 위·변조 방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코로나 이전에 대면으로 수행하던 거래를 비대면 거래로 바꾸는 것은 기존 온라인 비즈니스와 다른 특징을 야기한다. 거래조건이 복잡한 거래 또는 직접 문서 확인이 필요한 거래 특성으로 인해 온라인 거래를 제공하는 기존 사업자가 없는 상태에서 적용할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즉 만나지 않고도 문서 진위를 쉽게 확인해야 하고, 거래 상대방 소유권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거래요건과 이행여부를 온라인에서 추적하고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건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기술이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술이다.

2009년 소개된 블록체인 기반 비트코인 기술은 수신자와 금액을 포함한 단순 정보를 공유하는 송금 기술이었다. 6년 후 개발된 이더리움 기술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도입해 비트코인 기술 한계(스크립트 기반 단순 송금)를 극복했다.

정보뿐만 아니라 코딩 프로그램을 보낼 수 있게 함으로써 단순 송금을 넘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댑(Dapp, Distributed Application)으로 불려지는 스마트 컨트랙트에 다양한 계약조건(거래 대상과 시기 및 방법, 지불방법, 계약 미이행 시 처리방법)을 설정해두면 신뢰 기반에서 사람 개입 없이 자동 실행 가능하다.

닉자보(Nick Szabo)는 1997년 논문 'The God Protocols'을 통해 제3의 중개자를 대체하는 프로토콜을 프로그램으로 작성 가능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소개했다. 이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이 20여년이 지난 후 블록체인에서 실용화 꽃을 피운 것이다.

기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은 중앙화된 시스템 주체가 개발하고 소유하며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소유하지만, 댑은 참여자가 직접 만들어 공유한다. 실행결과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증권거래소를 통한 주식거래와 같은 서비스는 기존 중앙화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비상장 주식처럼 이를 위한 공식적인 거래소가 없는 경우에도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면 매도자와 매수자 직접 거래가 가능해진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면 디지털 화폐에 꼬리표, 즉 지불조건이라는 감시의 눈을 설정할 수도 있다. 기존 온라인 송금에서 부모님이 송금한 등록금을 대학생이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모르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로 디지털 화폐 사용조건을 걸어 목적 외 지불을 방지할 수 있다.

언택트 환경에서 직접 통제가 가능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새로운 신뢰 기반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블록체인은 믿을 수 있는 제3의 중개자 없이 참여자 모두 데이터를 공유해 신뢰를 보장하는 인프라로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할 수 있다.

언택트 시대에 맞는 킬러 앱 발굴을 통해 블록체인의 역할이 더욱 커지면서 언택트 솔루션으로 확산이 촉진될 것을 기대한다.

김종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블록체인PM giras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