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67>바이러스 공격은 계속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67>바이러스 공격은 계속된다

“피할 수도 멸종시킬 수도 없는 바이러스라면 함께 살아야지.” 어감은 이상하지만 현실성이 전혀 없는 주장은 아니다. 2003년에 확산돼 9.6%의 치사율을 보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감염자 수는 적었지만 치사율 37%를 기록한 2015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전 세계에 혼란을 불러온 코로나19 등 호흡기 관련 감염병도 있지만 음식물이나 곤충을 매개로 한 전염병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중요한 사실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지어 인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의해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전해진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에서 미국 신대륙으로 이동해 원주민의 90%를 몰살시킨 전염병, 콩고민주공화국에서 88%의 치사율을 기록한 에볼라 등 괴질 바이러스의 공격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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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류 생존과 국가 안정을 위해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국가 체계를 논의할 때다. 생활과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보다 훨씬 큰 피해와 아픔을 경험할 것이다.

우선 감염에 대항할 의료기술 개발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상사태에 작동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감염병 대처에 의료진을 지원할 수 있는 '감염병 대비 인력' 양성과 비상시에 진단·치료시설로 전환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코로나19 정도의 혼란 체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감염 대비 인력과 시설의 평소 활용에 대한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인의 감염 대처 능력을 강화하고, 국가 비상체계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방역청이 신설된다면 관리에 집착하는 전통 부처의 모습을 지양하고 진정으로 국민 건강과 국가 위기를 챙기는 기관이 되기를 바란다.

바이러스 공격에도 견고한 경제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의료·교육·생산·서비스·회의 등을 서서히 비대면 환경으로 진화시키고, 비상시에는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해도 사회와 경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공장자동화(FA),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등 지능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의 사회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인프라가 준비돼 있기 때문에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정책 시행으로 변화는 가능하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67>바이러스 공격은 계속된다

정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국민의 아픔에 주목해야 한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지인 죽음, 경제 파탄, 격리 후유증, 생활 피폐 등 정신 건강을 해치는 많은 요인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정신 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몫이 아니라 국가 과제의 하나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과거 바이러스와 실전을 경험한 의료 전문가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책의 실수와 말로만 외치는 정치권의 부족을 메우느라 그들의 어려움이 크지만 우선 이기고 보자는 의지가 충만한 고마운 분들이다. 그러나 장기전에는 훌륭한 병사가 없다. 국가가 나서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완벽한 준비를 주도해야 한다. 위험이 끝나면 망각하고 같은 돌뿌리에 또다시 걸려 넘어지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지금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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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