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48> 4차 산업혁명 시나리오-초연결 사회의 위험성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4차 산업혁명은 촘촘하게 짜인 초고속 디지털 메시 위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세상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초연결 사회가 가져오게 될 편리함이나 고도의 생산성으로부터 오는 윤택함은 물론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고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게 될 것임은 수없이 언급돼 왔기 때문에 새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초연결 사회가 가져올 긍정 효과의 이면에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정 요소가 자리하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초감각과 초지능이 결합된 초연결 체계에서 통제받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개인이나 사회의 모든 활동이 실시간 수집돼 활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이미 초연결이 주는 혜택 문제를 넘어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의 활동이 하루에 수없이 폐쇄회로(CC)TV에 노출됨에 따른 사생활 보호가 관심이었지만 지금은 개인이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 위성항법장치(GPS) 단말기 등이 서로 연결돼 있어 개인 정보가 단 1초의 끊김도 없이 수집되고 어딘가에 기록된다. 범죄 수사에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압수수색을 예로 들어 보자. 과거에는 서류나 증거물 등 압수물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컴퓨터, 메모리카드, CCTV 기록장치 등 각종 활동 정보가 저장돼 있는 기기가 주요 압수 대상이다. 심지어 관련 기기가 폐기됐더라도 어딘가에는 폐기된 기기와 연결된 디지털 지문이 반드시 남게 된다. 앞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기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보급이 확대되면 될수록 정보 사각지대는 좁혀질 것이다.

정보는 새로운 정보를 확대 재생성해 내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정보 편중이 심해질 것이며, 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주체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이슈 선점 효과가 큰 정치 분야에서는 정보를 독점하고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빈발하는 초연결의 역기능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기업과 강대국 정부 간 결탁이나 마찰이 정치 이슈가 되는 일이 빈발하게 될 것이며, 이미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일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당치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초연결 환경을 악용해 개개인을 통제하는 국가가 있다면 이를 빅브라더라 하더라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은 의외로 쉽게 나타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가짜 정보는 진짜 뉴스보다 평균 6배 빨리 전파되며 민감한 정치 뉴스는 30배 이상 빠르게 전파된다고 한다. 진짜 정보는 전파되는 속도도 느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되는 반면에 가짜 정보는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소셜미디어 정보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가짜 정보며, 진짜 정보는 5분의 1 미만이다. 중요한 점은 진짜 정보가 확인될 때까지 가짜 정보로 본 피해는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주체가 가짜 정보의 속성을 체계적으로 악용한다면 대책이 거의 없다. 가짜 정보는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는 인간 심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원천 차단이 쉽지 않다.

소설 '1984'나 '멋진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조직 사회처럼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지고 문제의식을 갖지 않게 돼 가고 있다. 지난주 대규모 감시나 인종 프로파일링 등 목적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SW)의 개발이나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발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연결 사회가 불러올지도 모를 역기능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더 늦기 전에 사회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를 정비해 가야 한다.

다음 주에는 우리나라가 급진전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들을 짚어 볼 예정이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