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서러운 전세살이, 기자도 청약의 꿈 날아갔습니다"

[프리즘]"서러운 전세살이, 기자도 청약의 꿈 날아갔습니다"

기자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산 지 10년이 다 돼 간다. 아이 셋에 외벌이를 하고 있다. 이번에 부푼 꿈을 안고 '검암 부근 푸르지×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다. 지금 사는 곳은 오래된 구형 빌라로, 엘리베이터 없는 5층에 위치한 집이다.

아이 친구들이 놀러 오기를 꺼린다.

“아빠, 우리도 엘리베이터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안 돼요?” 이 같은 하소연만 천 번은 넘게 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생수나 쌀을 택배로 주문하면 거절당하기 일쑤다.

오랜 설움을 견디고 실거주 목적으로 처음 청약을 넣었다. 결과는 예비 당첨 1순위 순번. 이내 분양사무소에서 연락이 왔지만 포기했다. 돈이 없다. 대출 받아 들어가려고 준비한 꿈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물건너갔다.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인천 서구 검단이 투기과열지구라니…'.

정부가 갭투자 등을 막겠다며 인천 서구를 비롯한 전국의 많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결국 17일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오자 집 없는 서민들은 또 한 번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는 왜 애꿎은 서민의 꿈도 함께 규제하냐는 하소연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물론 갭투자와 프리미엄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단기 투기는 근절돼야 한다. 정부의 대책이 옳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규제 대책은 풍선효과를 잡으려는 획일화된 규제다. 투기 세력과 일반 시민이 처한 상황을 획일화해서 하나로 묶었다.

불똥은 돈이 없는 무주택자에게까지 튀었다. 실거주 목적으로 이미 대출 받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서민들의 청약 포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인천 서구 등지의 상황은 심각하다. 평당 가격이 현저히 낮은 곳인 데다 실거주자가 대다수다.

인천 서구 인근 아파트 단지 대부분은 지은 지 20년도 더 된 곳이 부지기수다. 집값이 채 3억원이 안 되는 곳이 많다. 그럼에도 이곳은 이번 규제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전매 제한 규제를 피한 마지막 '물건'이 나오자 정부가 획일적으로 칼을 꺼내든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목적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규제 대책이 아쉬운 건 열심히 저축해서 작은 아파트 한 채라도 장만하려는 소시민의 희망을 꺾었다는 점이다. 모든 규제가 대출 등 돈을 틀어막는 데 집중됐다.

좀 더 치밀한 대책을 내놓거나 투기꾼을 시장에서 근절할 수 있는 현미경 규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투기 목적이 아니라 실거주 소시민을 위한 대출이나 자금 규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앞으로 목돈이 없는 일반 소시민은 집을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침에 아이들에게 “우리 이사는 나중에 가자”라고 말하고 나왔다.

작은 아들이 말한다. “아빠, 기자 하지 말고 좀 더 돈 많이 버는 일 하면 안 돼요?”

슬그머니 눈물이 났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