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갱신기대권

[기자수첩]갱신기대권

위니아대우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우' 상표권을 두고 몇 달째 법정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어느새 계약 만료일이 이달 말로 다가왔다.

가처분 재판부 결정에 따라 사실상의 계약 만료일이 다음 달 8일로 연장됐지만 일주일에 불과,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양측이 재계약 협상을 벌일 시간이 약간 늘었을 뿐이다.

법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용어가 '갱신기대권'이다. 위니아대우 측은 대우전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40여년을 사용한 역사 자체가 갱신기대권의 가장 큰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과도한 계약 조건을 내세우면서 갱신기대권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 전 일은 이번 건과 무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갱신기대권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대로'를 부르짖는다면 아무래도 문서로 남겨진 자료를 가진 쪽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업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해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수 있지만 '꼭 지금이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남는다.

위니아대우 입장에서는 새로운 계열사에 편입돼 경영정상화에 온 힘을 기울이는 시점이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나갈 채비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적자에 허덕이던 경영도 흑자를 바라보는 상황으로 개선됐다.

수수료가 매출에 연동되기 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상표권 수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하필 이런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계약 조건을 제시해 대우 상표를 빼앗고, 그것을 해외 기업에 넘겨야 하는지 궁금하다.

설사 상표권 계약을 종료하더라도 위니아대우가 대응할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40여년을 매일 사용하던 상표에 갱신기대권이 없다고 한다면 아무리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 해도 너무 냉정한 판단이 아닐까 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