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의 '장삿속'이 소비자 지갑을 연다

박준호 벤처유통부 기자
박준호 벤처유통부 기자

재고 면세품 판매가 그야말로 '대박' 났다. 온·오프라인 매장 가릴 것 없이 내놓는 즉시 품절 행진이다. 고사 위기에 몰려 있던 면세점은 악성 재고를 털어내며 유동성을 확보했고, 백화점과 온라인몰은 어떤 마케팅보다 뛰어난 집객 효과를 거뒀다. 정부도 동행세일 흥행 분위기를 조성했고, 소비자도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입했으니 모두가 이득이다.

이 모든 효과가 정부의 유연한 정책 결정에서 나왔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면세업계의 적극 요청과 이를 반영해 보세 판매 규정을 한시 완화해 준 관세청의 결단이 빛났다.

물꼬를 터 주자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판을 깔았다.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판매 채널을 찾고 판매 물량을 조절,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기업들의 '장삿속'이 소비를 진작하고 행사의 흥행을 끌어냈다.

이렇듯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는 가장 효과 높은 방법은 기업이 마음껏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일이다. 소비자를 끌어당길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관(官)보다 민간이 더 잘 안다.

이번 동행세일에서도 정부가 만든 '가치삽시다 플랫폼'보다는 백화점 명품 재고 행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가 더 많다. 명품을 사러 나온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동행세일에 동참하게 된다. 작은 규제 완화가 끌어낸 나비효과다.

유통업계는 규제만 풀어 줘도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왜 어려운 길을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빈말이 아니다. 마트가 계속 문 닫는 이유는 문 열 필요성이 더는 없기 때문이다. 손님이 찾지 않는 매장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있겠는가. 노조가 반발해도, 정치권에서 폐점 철회를 압박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해결은 간단하다. 점포 온라인 배송에 대해 영업시간 규제를 풀어 준다면 기업들은 매장을 거점 삼아 큰돈 들이지 않고도 새벽배송을 할 수 있다. 손님 끊긴 마트가 물류센터로 전환돼 활기를 되찾는다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일손도 늘고 일자리 불안도 해소된다. 소비 활성화는 덤이다.

결국 내수를 살리려면 기업부터 살펴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묶어 놓고 내수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서 지원금을 쏟아붓는 것보단 기업이 시장에다 돈을 풀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