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수통합사업, 국방부 책임도 크다

[사설]군수통합사업, 국방부 책임도 크다

국방부가 추진한 '군수통합 정보체계' 사업이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해당 사업은 250억원 규모로 2015년 말 착수했다. 햇수로만 4년 이상 걸렸다. 육·해·공군이 개별 운영하는 군수정보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사업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 KCC정보통신 등이 연합해 참여했다. 사업은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추가과업 인정 여부를 놓고 구축업체와 국방부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업 수행업체는 과업 변경으로 비용이 배 이상 투자됐다고 주장하지만 국방부는 부당한 과업 변경은 없으며, 추가 예산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소송과 같은 극단적 방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수통합 사업은 구축 과정 내내 잡음이 많았다. 국방부와 수행업체 갈등이 표면 위로 부상한 지 오래됐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논란의 핵심은 추가 비용 정산이었다. 비용 문제를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면서 일부 중소 참여업체는 파산위기까지 몰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업체가 이탈하면서 사업은 지연됐고 이제야 가까스로 일단락됐다. 사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시스템이 구축된 이상 자연스럽게 비용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근본 문제는 불명확한 제안요청서(RFP) 관행이다. 사업은 RFP부터 시작한다. 제안서 내용이 부실하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과업 현황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게 급선무다. 사업과 투입 예산이 곱절 이상 차이가 난다면 제안서 자체가 부실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이번 사업이 쟁점이 됐지만 이미 비슷한 소송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발주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 국방부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사업을 수행하는데 발주처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형적인 '갑질'로 비칠 수 있다. 수행업체가 1년 이상 문제를 지적했다면 우선은 귀를 열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게 정상이다. 법적인 대응은 책임 회피로 보일 수 있으며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부실한 제안서라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는 점이 근본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