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100배 '암호화폐 파생상품' 성행

해외 중심…한국어 지원 페이지 갖춰
국내 투자자發 상당한 자금 유입 추정
법 회색지대 놓여 부작용 속출 우려
업계 "근거법 마련…투자자 보호를"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의 한국어 페이지. 파생상품 메뉴를 따로 마련했다.(홈페이지 갈무리)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의 한국어 페이지. 파생상품 메뉴를 따로 마련했다.(홈페이지 갈무리)
모 해외거래소의 선물거래 가이드 페이지(홈페이지 갈무리)
모 해외거래소의 선물거래 가이드 페이지(홈페이지 갈무리)

암호화폐 파생상품이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도권 편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증시 파생상품과 유사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를 정의하거나 규제하는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이드 역시 사실상 전무, 투자자 피해도 우려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파생상품의 투기성을 우려하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거래소 파생상품에 대한 국내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 보호와 산업 순기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대한 근거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서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관한 법 조항은 없다. 사실상 불법으로 분류된다. 정부 규제 분위기 탓에 국내 업계에서 파생상품은 '금기'로 꼽혀 왔다. 국내 거래소에서 파생상품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상당수 개인 투자자는 국내가 아닌 해외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에서 활용되는 대중 수단이다.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을 올리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인버스 레버리지도 파생상품이다.

증시에선 대체로 2배,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있는 반면에 해외 대형 거래소에선 최대 100배가 넘는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된다. 기대 수익이 높은 만큼 투자 실패 시 손실도 막대하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파생상품 투자는 투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암호화폐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투자 자산에 여러 금융상품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암호화폐 파생상품은 100배에 이르는 큰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 삼기엔 너무 위험하다.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 해외 파생상품에 유입되는 자금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파생상품 거래에 특화한 유명 거래소 A사는 미국 서비스임에도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대형 거래소 B사 역시 파생상품 거래를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어 페이지를 갖췄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온라인 서비스 가운데 한국어를 지원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면서 “그만큼 해외에서 한국 투자자가 '큰손'으로 꼽힌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암호화폐 산업을 관장하는 '업권법(근거법)'이 없는 것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다. 암호화폐에 관한 법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근거법이 아닌 규제법에 가깝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선택까지 제한할 수 없지만 근거법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을 통해 암호화폐 순기능을 키우고 역기능은 억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호 고려대 교수는 “파생상품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라면서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활용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에서도 가상자산을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근거법을 마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맞다”고 피력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