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반도체협의체' 조직…소부장 산업 키우는 12인치 테스트베드 유치 '시동'

소부장 기업·학계·공공연 등 참여
대-중소기업 기술격차 해소 지원
특화단지·전문학과 신설 필요성

30일 용인시청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산업 정책협의회 회의에서 홍상진 명지대 교수가 반도체장비 테스트베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30일 용인시청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산업 정책협의회 회의에서 홍상진 명지대 교수가 반도체장비 테스트베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용인시가 지역내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을 기획하기 위한 용인 반도체산업 정책협의회를 조직했다. 용인시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핵심기반기술을 끌어올리는 테스트 설비 구축을 준비 중이어서 주목된다.

용인시는 30일 시청에서 백군기 시장 주재로 지역 내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용인시청 관계자 외에 테스, 유진테크, 무진전자, 메카로 등 국내 소부장 기업 고위 관계자와 학계 및 공공 연구소 관계자와 특허 사무소 등 다양한 반도체 업계 종사자가 참석해 테스트베드 구축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향후 협의회는 25개 내외 업체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홍상진 명지대 교수는 회의에서 용인시 반도체 소부장 산업육성 및 발전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이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반도체 테스트베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용인 반도체장비 테스트베드 콘셉트. <자료= 홍상진 명지대 교수>
용인 반도체장비 테스트베드 콘셉트. <자료= 홍상진 명지대 교수>

테스트베드는 소부장 기업들이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장비나 물질을 개발할 때 활용하는 인프라다. 실증적인 실험 결과로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국내에도 10여개 반도체 테스트베드가 있다. 그러나 시설 내 장비가 대부분 낙후돼 국내 기업들의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졌다. 그나마 최근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에서 12인치 테스트베드 구축작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이 세계적 반도체 회사로 성장할 때, 이들에게 소재와 장비, 장비용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는 국내가 아닌 대부분 외산 기업이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중소 반도체 기업과 대기업과 사이 기술 격차가 너무 커 대기업이 평가할 수준조차 안되는 기업이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대-중소기업 기술 격차는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이후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의 열악한 인프라와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대외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업계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국내 중소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테스트베드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용인 반도체장비 테스트베드 콘셉트. <자료= 홍상진 명지대 교수>
용인 반도체장비 테스트베드 콘셉트. <자료= 홍상진 명지대 교수>

홍 교수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5개 집단으로 나누고, 국내 중소기업이 속한 하위 3개 소부장 집단을 집중 지원하는 반도체장비 테스트베드를 용인에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주도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못한 국내 중소기업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티어 2 장비기업 중심의 장비부품 및 부품소재 테스트베드' 구축이 그의 아이디어다.

홍 교수는 “공정장비 소재부품을 평가하는 300평 규모 반도체 장비 클린룸, 100평 규모 단위공정별 소재부품 분석 클린룸, 각종 성능 평가 설비가 구축된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 지역내 반도체장비공학과 신설 지원 등으로 총체적인 용인시의 반도체 소부장 업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용인시는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해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 정부 예비타당성 심사를 위한 용역도 기획 중이다. 테스트베드 예비 후보지를 선정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용인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램리서치 연구개발(R&D)센터 지자체 내 설립 등에 힘입어 '반도체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번 테스트베드 구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반도체 단지를 조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