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05>제조업 숙련기술인이 우대받는 세상 만들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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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검정이 줄줄이 연기돼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또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도 세 차례나 연기된 끝에 지난 6월 8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시작해 이달 4일 최종 마무리됐다.

기능경기대회는 숙련기술 우대 풍토를 조성하고 저변 확산을 위해 지방기능경기대회와 전국기능경기대회로 개최된다. 특히 예비 숙련 기술인을 발굴해 그들이 우수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모멘텀을 제공하기 위해 개최된다.

앞에서 언급한 숙련기술인은 누구일까. 숙련기술인은 산업 현장에서 장기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다. 구체화하면 숙련기술장려법상 대한민국명장, 우수숙련기술자, 기능한국인, 숙련기술전수자,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입상자 등을 말한다. 이들은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거치면서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인으로, 기업 현장에서 꼭 필요한 제조업의 기술 고수다.

숙련기술인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몇 년에 걸쳐 기술을 배우지만 학교 졸업 후 자신의 일터에서 상당 기간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처럼 한 개인이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즉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프라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지난 1966년부터 우수한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 전국기능경기대회가 55회를 맞았다. 기능경기대회는 경제 개발 시대에 필요한 우수한 기술 인력을 배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 및 기능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대학으로 통하는 학벌 만능주의로 인해 기능경기대회가 많이 쇠퇴했다.

한편 최소 15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쌓고 그 분야에서 특별한 전문성을 인정받는 숙련기술인은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된다. 우수숙련기술자는 7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쌓은 기술자를 대상으로 선정, 대한민국명장으로 이어 나가도록 한다. 기능한국인은 특성화 고등학교 등을 졸업한 뒤 10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쌓고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선정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으로 성장한 나라이며 앞으로도 제조업이 발전돼야 경제 성장 지속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기술 고수를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고의 숙련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체계 마련이 꼭 필요하다. 기술자를 제대로 우대하고 인정하는 문화도 확산시켜야 한다.

독일의 경우 기계, 자동차, 소시지, 맥주 등 세계에서 인정받는 상품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품들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마이스터(장인)의 손을 거쳐 최종 제품으로 나오게 된다. 독일은 마이스터라는 독특한 직업훈련 제도를 도입, 세계 명장을 배출한다.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선 짧게는 6년, 길게는 12년 직업훈련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학습과 현장실습이 동시에 이뤄진다. 이후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한다. 마이스터에게는 대졸 직장인 이상의 사회·경제 대우가 주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학을 졸업해야 현장 책임자를 할 수 있지만 독일은 대졸자가 아닌 마이스터가 현장을 책임진다.
숙련기술인이 분명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능력 있는 우수한 숙련기술인이 독일처럼 우대받는 꿈을 꾼다. 독일 도제 시스템은 7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도 이제는 기술 고수인 숙련기술인을 좀 더 체계화해서 양성하고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 제조업이 다시 한 번 재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흔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장
이명흔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장

이명흔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장 lmh007@hrd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