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경쟁 2파전…이낙연 이어 김부겸 공식 출마선언

金, 당선땐 대선 불출마 '책임' 앞세워
李, 최장수 총리로 '연륜·경험' 강조
영호남 대결 구도…당내 세력 나뉘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두고 2파전 구도가 완성됐다.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당권 경쟁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면서 대선 주자급 인물의 맞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둘의 경쟁은 당내 영호남세력 대결 구도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지는 당 대표가 되겠다. 당대표가 되면 임기를 다 채우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당대표 2년 임기를 모두 채워 책임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이낙연 의원과 차별화했다. 당대표가 되면 내년 재·보궐선거, 2022년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고 차질 없이 준비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내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가 있다. 재보선의 승패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갈림길”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 중요한 선거를 코앞에 둔 3월에 당 대표가 사퇴하면 선거 준비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이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면 당대표를 7개월 밖에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4월 재보선, 9월에는 대선 후보 경선,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6월 1일 지방선거, 하나같이 사활이 걸린 선거”라며 “이번에 뽑을 당 대표가 책임져야 할 선거다. (나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당 대표, 선거 현장을 발로 뛰는 당 대표, 무엇보다 선거 승리를 책임질 당 대표가 필요하다. 5년 재집권을 이루고, 100년 민주당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낙연 의원은 지난 7일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과 내게 주어진 국난 극복의 역사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와 전례 없는 국난극복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당면한 위기 극복에 최선으로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당내 세력은 양 갈래로 나뉘어 두 사람 쪽으로 결집하고 있다. 이 의원을 공식 지지한 이개호, 최인호 의원 등은 영호남 모두를 아우르기 위해 세력 확장에 나섰다. 전혜숙·김병욱·고용진·백혜련 의원 등도 대세론인 이 의원 쪽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견제론'을 앞세운 친노세력은 김 전 의원을 지지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스승으로 불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김 전 의원 후원회장을 맡았다. 원조 친노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상임고문으로 활동한다.

당내에서 이 의원 우세를 점치는 시각이 많은 가운데 당권 경쟁 결과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경우 패한 후보자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선거 결과가 6대 4나 5.5대 4.5 정도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도 “선거 결과가 어느 한쪽(이 의원)에 치우치면 영남 홀대론이 급부상해 영남에서 민심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이 의원이 큰 차이를 내지 못하고 당선되면 대선가도가 막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면 당내에서 이 의원의 '현실 지지율'을 확인하는 셈이고,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라며 “김 전 의원 측이 '해볼만하다'는 계산 하에 오히려 대선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