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복지자본주의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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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사회 담론으로 떠올랐다.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도 뜨겁다. 재원 조달 문제부터 진보와 보수 간 가치 대결로 치닫는다. 정치권에는 호재다. 때아닌 기본소득 주창자 논쟁이 불붙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대선 후보군이 '원조' 경쟁에 가세했다. 기본소득은 국민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 개념이다. 경제정책이냐, 복지정책이냐 하는 논란은 있지만 국민은 이미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달콤한 맛을 봤다.

방향성이 옳다면 지금부터는 유토피아적 이상론을 현실화해야 한다. 재정 여건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2차, 3차 재난지원금을 주기에는 예산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 세출 구조 조정과 전국에 산재해 있는 이른바 '하얀 코끼리' 사업을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 국채와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는 한 후속 지원금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기본소득 논쟁은 자연스럽게 증세 이슈로 이어진다.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과 부동산 관련 강력한 세제 정책이 그것이다. 주식 양도세의 경우 소액 개미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중과세 논란도 일었다. 부동산 정책은 점입가경이다. 투기 세력과 전쟁하는 정부는 초법적이라는 비판을 감내할 세제개편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책의 이유와 취지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세수는 늘어날 게 분명하다.

자본주의는 훌륭한 경제 체제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부분적으로 변경되면서 발전이 예상된다. 관건은 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가 풍요 속 빈곤 문제 해결이다. 양극화와 승자독식, 담합은 난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터져 나온 불평등 문제 해소도 또 다른 숙제다. 정부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무력화될 경우 국가가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이 때문에 복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됐다. 복지 자본주의를 포스트 자본주의 유형으로 꼽는 사람도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일 순 없다. 앞으로도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선거에서 표를 받아야 하는 정치권도 외면하기 어려운 카드다. 과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그랬다. 2022년 대선에서도 기본소득과 같은 복지정책은 정치 쟁점화할 개연성이 높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는 '복지자본주의'를 최선의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시장에 기초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국가의 개입과 역할론을 강조하는 시스템이다. 국가에 주어진 권한인 세금 징수, 규제,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통해 국가와 사회를 움직인다. 국가에 주어진 '보이는 손'을 사회를 움직이는 보조 바퀴로 이용하는 셈이다.

국가는 무엇으로 지탱되는가. 답은 명확하다. 세금은 국가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나눠 줄 복지 예산은 사회 구성원들이 부담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할까.

세금은 죽음과 함께 인간이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즐기면서 납세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요구된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처럼 본인이 낸 세금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되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있어야 복지자본주의로 가는 세금이라는 동력이 생겨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대전제다. 그러나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고 반발하는 증세 움직임에는 조세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데스크라인]복지자본주의로 가는 길

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