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 혁신가' 박원순 잊지 말자

[사설]'디지털 혁신가' 박원순 잊지 말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운명을 달리했다. 지난 9일 공관을 나와 연락 두절이 된 후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극단을 선택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박 시장의 죽음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부질없다. 사실 규명이라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짙다.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조용히 마지막을 보내 주는 게 도리다. 진영과 이념에 따라 평가는 갈리겠지만 엄혹한 시기에 민주화 운동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9년이라는 기간을 대한민국의 가장 큰 도시를 이끈 공적은 모두가 인정해 줘야 한다. 공적과 과실이 여럿 있겠지만 지금은 고인의 좋은 면만 기억하자.

업적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 마인드' 확산이다. 3선에 걸쳐 서울시장직을 맡으면서 디지털 시정이라는 큰 이정표를 세웠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부러워할 정도의 디지털 기반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앞선 정책을 선보였다. 백미는 역시 '디지털 시장실'이다. 스마트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보여 줬다. 재난사고 상황 발생과 처리 현황, 실시간 대기오염도, 교통상황 확인 등을 한눈에 확인하는 첨단 시스템이었다. 세계 주요 도시 시장과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들러서 배워 갈 정도로 혁신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 정책은 고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통화량 빅데이터로 노선을 최적화한 '올빼미버스', 마포구 상암동에 구축한 세계 첫 '5세대(5G) 융합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월 100억건 데이터를 활용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 도시 전역에 설치 예정인 공공 와이파이,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도시 데이터를 수집하자는 사업도 모두 디지털 마인드가 없으면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수많은 업적이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디지털혁신 정신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루고자 한 '디지털 서울'이라는 큰 그림은 남아 있는 모든 사람의 몫이다. 박 시장은 고인이 됐다. 그러나 '디지털 혁신가 박원순'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