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간산업안정기금에 '전자' 포함해야

정부가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으로 자동차, 조선, 기계, 석유화학, 정유, 철강, 항공제조 등 7개 업종을 추가 지정했다. 기존 항공·해운에 이어 총 9개 업종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를 맞은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정책 기금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해운에 이어 기간산업의 어려움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대상 업종을 확대했다. 국민경제와 고용안정,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의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번 대상 업종 추가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전자부품·장비'는 제외됐다. 전자업계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전자부품·장비 업계 어려움을 외면한 처사라고 강변한다.

특히 전자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조치라는 점에서 파장이 우려된다. 전자산업은 인공지능(AI)과 5G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또 다른 기간산업에 폭넓게 활용되며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업종이다. 기간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전자업종의 경영위기를 외면하면 안 되는 배경이다.

이번 조치의 또 다른 원인으로 국가 경제와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 실적에 가려 전자산업 전반의 어려움이 가려지는 착시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업계 현실은 비관적이다. 한 중견 전자기업의 경우, 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1분기에 이미 30% 이상의 매출 감소에 이어 하반기에는 그 폭이 더 커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역대급'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전망이 연이어 나온다. 당장 공장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자업종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생태계가 방대하다. 정부는 업종의 구성과 업체별 피해 정도를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전자산업은 수많은 국가핵심기술을 개발한 주역이자 우리 미래 산업지형을 바꿀 동력이다. 코로나19로 우리의 미래가 쓰러지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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