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 제한적 도입 가닥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가 첫 발을 뗐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창업주만 제한적으로 보유하도록 하고 발행 후 보유 기한은 최대 10년, 일신전속권 역시 부여하는 형태로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한다.

복수의결권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 제한적 도입 가닥

중소벤처기업부는 15일 서울 용산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공청회'를 열고 이처럼 제도 도입 방안을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제도혁신연구실장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 입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복수의결권 도입 기본 취지는 경영권 방어에 방점이 있기보다는 이것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업가 정신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복수의결권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복수의결권주식은 하나의 주식이 한 개 의결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의결권을 갖는 주식을 의미한다. 주요 기술혁신기업이 창업자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 최근 세계 각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기부 역시 제2벤처붐 확산전략 등을 통해 복수의결권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 실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을 통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혁신창업주라는 이름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에게만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절차는 주주총회에서 총 주식 수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결의에 의해 정관을 개정하는 방식이다.

혁신창업주 주주 요건은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창업주로 정하고, 의결권 수는 1주당 최대 10개 한도로 정관에 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몰 규정을 도입해 상속·양도 또는 이사 지위 상실의 경우 소멸되는 일신전속 조항과 발행 후 최대 10년 한도로 일몰기간을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기부 역시도 이러한 제안을 기본 바탕으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초안에 업계는 복수의결권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비상장 기업에게만 복수의결권 보유를 허용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연구소장은 “복수의결권은 당연히 상장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한다”면서 “창업주 한 사람 뿐만 아니라 공동창업과 팀창업의 경우 역시도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비상장 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이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에 효과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입에 따른 분석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송옥렬 서울대 교수는 “복수의결권은 상장을 직전에 둔 회사가 상장 이후 다음 단계를 생각할 때에나 필요한 논의이지 당장 비상장 기업 가운데 과연 복수의결권이 없어서 상장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도 상장 이후에도 복수의결권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박 정책관은 “각계의 의견대로 실효성이 없는 복수의결권이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상장 이후에는 일단 소멸하되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기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중으로 복수의결권주식 도입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