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재부품 무역수지, 면밀히 분석해야

대 중국 소재·부품 무역수지 추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대중 소재·부품 무역수지는 흑자 273억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많게는 467억달러, 적게는 396억달러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착시효과'로 대중 소재·부품 무역수지의 심각성이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지난해 대중 소재·부품 무역수지 흑자는 83억달러로 쪼그라든다. 2015년 301억달러이던 것이 5년 사이 72%나 급감했다. 한마디로 반도체를 제외한 소재·부품 대중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었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의 중간재 내재화 전략이 서서히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미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은 중국 BOE, CSOT 등이 장악함으로써 우리나라 수출이 급감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칩의 경우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 공세로 국내 대기업도 사업을 철수하는 판국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반도체 수입 물량도 크게 늘었다. 2014년 81억달러이던 대중 반도체 수입은 지난해 183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서의 생산 물량이 수입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은 대부분 현지 수요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중국 반도체 성장이 그만큼 가파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수시장과 막대한 투자를 앞세운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화하고 있다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그동안 우리 소재·부품 산업을 옥죄어 온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중국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소재·부품은 우리 제조업의 뿌리로, 수출을 견인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핵심 동력이다. 주요 품목별 무역수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중국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기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