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24>온택트(Ontact) 방식

디스럽션(Disruption). 이것의 우리말은 '와해'다. 비즈니스 용어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자 가장 남용된 개념으로 불린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조차 자신의 이 오해 많은 이론에 재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논쟁이 어쨌든 '와해성'이란 단어가 주는 창의적 감흥만큼은 어떤 이론에 못지않다. 우리는 이 단어에서 상상을 시작할 수 있다.

언어란 묘한 구석이 있다. 어느 단어 앞에 한두 자 붙이면 개념은 뒤집힌다.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다. 여기서 한두 자를 비틀면 의미는 또 달라진다. 거기다 종종 스스로 해결책을 보여 주기도 한다. 비즈니스 상식은 어느덧 콘택트(접촉)에서 언택트(비접촉)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온택트라는 대안까지 내놓는다.

실상 이 현상은 팬데믹 탓만이 아니다. 대면을 꺼리는 소비자는 이미 늘어 왔다. 그동안 기업들은 이런 현상을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고객을 만나는 오래되고 효과있는 방법을 놓고 싶지 않은 셈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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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실상 언택트를 한 번 더 비틀어 만든 온택트에서 이 와해성에 해답이 있다. 묘하게도 언택트의 선결 조건은 커넥트(연결)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비접촉 상태로 생존하는 것은 소통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실상 언택트 방식에는 연결이라는 대전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온택트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첫 번째 기준은 능동성이다.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가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 문제다. 두 번째는 상시성이다. 항상 연결돼 있어야 하는지 간헐로 연결돼 있어야 하는지의 차이다.

이제 문제는 좀 더 명료해진다. 내 비즈니스는 어떤 연결을 전제로 하는 것일까. 몇 가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능동이면서 상시여야 하는 것이다. 이때 고객은 자신의 상황을 적극 알리고 항상 연결돼 있기를 바란다. 당장 입원하지 못한 환자를 생각해 보자. 내 심전도나 상황이 24시간 모니터 되기를 바랄 터다. 여기선 얼마나 매끄럽고 끊김 없는 연결이 이뤄지는지가 관건이다.

둘째는 능동이지만 필요할 때 연결되면 되는 경우다. 온라인 주문처럼 고객이 필요할 때 연결되면 된다. 물론 이때를 놓치면 소비자 신뢰는 바닥을 칠 것이다. 당신 서비스가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이 범주에 든다. 핵심은 이때를 놓치면 온택트는 무의미해지고, 언택트에서 생존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비상시고 수동 상태가 더 나을 때다. 예를 들어 온라인 교육을 생각해 보자. 수강생은 일정 시간에 접속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만일 몇 차례 접속하지 않으면 뭔가 문제가 있는 셈이다. 이때 고객에게 먼저 접촉하는 것은 기업이어야 한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없는지 되물어야 한다. 제품 제안이나 가격 할인처럼 더 적극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네 번째는 상시이지만 수동 상태가 나은 경우다. 보안서비스를 생각해 보라. 서비스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굳이 고객이 인지하고 있지 않아도 되거나 인지할 수 없을 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인터넷이 그랬듯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는 과정은 분명 기존 비즈니스를 와해할 것이다. 이제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연결 방식을 찾아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번 생각해 보자. 기존 비즈니스를 온택트로 와해할 방법은 무엇인지.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24>온택트(Ontact) 방식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