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 "A3복합기 본사는 한국...바이오와 시너지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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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가 성남시 분당구 판교 알파돔타워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비전을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A3 복합기는 한국이 HP의 본사"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가 성남시 분당구 판교 알파돔타워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비전을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A3 복합기는 한국이 HP의 본사"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HP가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인수한지 햇수로 3년이 흘렀다. 가정용 프린터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HP는 기업용 A3복합기 시장을 공략해야 했으나 일본 기업 아성이 굳건했다. 시장 1~5위를 일본 기업이 휩쓸었다. 대당 1만개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 복합기는 미국 1호 실리콘밸리 기업 HP라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프린팅 산업에 대규모 투자한 삼성전자도 생각지 못했던 벽에 부딪혔다. 아무리 기술을 개발해도 유통이라는 벽을 넘기 어려웠다. 철저히 이해관계로 뭉친 기존 글로벌 유통망은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설 틈을 내주지 않았다.

그런 두 회사가 만나 마침내 2017년 11월 10억5000만달러(1조1700억원)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제 A3 복합기만큼은 HP 본사가 한국이다. 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는 33년 프린팅 산업인의 혼을 담아 HP의 A3 복합기 글로벌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흔한 '본사-지사' 상식을 깬 파격이다. HP가 약 4억달러(약 4700억원)를 투자해 경기 성남 고등지구에 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것은 HP프린팅코리아가 단순 지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HP프린팅코리아 수장에 취임한 김 대표는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일하는 방식'이 HP에 녹아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개편하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과 한국은 일과 사람을 대하는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2년 뒤 완공하는 고등 R&D 센터를 활용,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야심도 품고 있다. A3 복합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린팅 기술을 바이오와 접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1962년생, 우리 나이로 58세라고는 믿기 어려운 동안을 소유한 김 대표는 특유의 시원한 화법으로 HP프린팅코리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홍기범 전자신문 전자자동차부장(왼쪽)과 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가 대화 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홍기범 전자신문 전자자동차부장(왼쪽)과 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가 대화 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대담=홍기범 전자자동차부장

-대표 취임 8개월이다. 소감은.

▲우리 애들 입사시키고 싶을 정도다. 우리 회사는 한국에서 글로벌 시스템과 조직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회사다. 한국 기업은 회사가 주도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미국은 일을 시키지 않고 본인이 찾아서 주도한다. 필요할 때만 회사에 도움을 구한다. 한국과 미국은 회사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대표가 되면서 사명감을 가진다. HP가 많은 자금을 투자한 이례적 사례다. 인수자금과 R&D센터 건립 등에 14억5000만달러 이상이 들었다. 미국 시스템에서 이 정도 금액은 매우 투자하기 쉽지 않다. 내가 잘 안다. 큰맘 먹고 투자한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에 자리 잡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HP와 한국의 장점을 융합해 다양한 측면에서 공헌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직원 70% 정도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HP 특유의 기업문화 덕분에 재택근무를 해도 생산성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개인이 일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HP가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를 인수한지 3년이 지났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HP프린팅코리아에는 1500명 정도가 근무한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이 900명 정도다. 생산만 중국에서 한다. 작년까지 2년 간은 본사에서 온 분이 지사장을 맡으면서 기업문화 등을 지도해주고 갔다고 보면 된다.

HP 본사와 한국 지사가 통합하는 데 걸림돌은 영어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때는 영어가 큰 문제가 안 됐는데, 지금은 HP 지사가 있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된다. (HP 주요 거점이 있는 다른 나라 인력들과 비교해) 아무래도 영어가 유창한 경우가 적어 가장 큰 도전과제다.

HP는 문화 다양성을 굉장히 존중하는 조직이다. 차별은 없다. 온갖 국적과 인종이 섞여 있다. 회장은 스페인 분이고, 13명 사장의 국적과 인종이 다 다르다. 차별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 열심히만 하면 원하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HP는 지사 개념이 없다. 한국 지사만의 단독 영업 목표가 없고, 전 세계에 흩어진 전체 사업부 실적으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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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왜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를 인수한 건가.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10년 이상 프린터 기술과 인력에 대규모 투자했으나 원하는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프린터, 그중에서도 A3복합기는 글로벌 영업 형태가 독특하다. 기업을 대상으로 유통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는 대당 월 10만~15만원을 받고 기업들에 리스를 해주는데, 200대만 고객을 확보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그래서 한 번 유통채널을 구축한 업자는 대물림을 해준다.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영업형태가 비슷하다. 이들은 굳이 새로운 브랜드로 전환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사업형태는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고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의 장점을 홍보한다. 그러면 소비자가 그 제품을 선택한다. 그런데 A3복합기는 유통채널이 제품을 선택한다. 이들은 리스 판매하고 AS 안 해줘도 되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데, 상대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는 이 유통망을 뚫기 어렵다. A3 복합기 시장은 유통망 구조가 아주 다른 비즈니스다.

반면 HP 입장에선 A3복합기 기술이 필요했다. HP는 가정용 A4 프린터 시장에선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정에서 점점 프린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시장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A3 시장에서는 1~5위가 모두 일본 업체였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HP 프린터 사업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기반이었다. A4는 일본 업체가 OEM을 해줬고, A3는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가 OEM 해줬다. 일본 업체들은 절대 HP에 A3를 안 만들어줬다. 경쟁자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HP가 A3를 하려면 결국 기술을 내재화해야했고, 결국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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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고등 R&D센터 건립 현황과 의미는 무엇인가.

▲2022년 3월 성남 고등 R&D 센터 완공 예정이다. 1년 7개월 남았다. 수용인원 1000명이 넘는 큰 건물이다. 지금은 외부 테스트랩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센터를 완공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연구시설을 모두 설치할 계획이다. 프린팅 사업부 전용 시설이다.

5000억원이라는 돈을 투자해서 R&D센터를 짓는다는 건 HP 본사가 한국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A3복합기 관련 연구개발, 영업전략 및 생산전략 수립을 모두 한국에서 전담한다. 생산만 중국에서 한다.

산업 전체로 시야를 넓혀봐도 외국계 회사가 '코어 펑션'을 한국에서 한 사례가 거의 없다. 프린팅 사업만큼은 본사가 한국이다.

대규모 R&D 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A3복합기가 일반인 생각보다 훨씬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A3복합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 비중이 7대 3이다. 중국 업체들이 A3 분야를 따라오지 못하는 건 아날로그 기술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A3복합기에 들어가는 소위 '엔진'은 기계 매커니즘으로 구성된다. 종이 한 장 인쇄하려고 저 기계 안에 '별짓(?)'을 다 한다. 들어가는 부품만 1만2000개다. 더욱이 설계 단계부터 모두 갈아끼울 수 있는 방식으로 부품을 설계한다.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모든 기술이 총동원된다.

삼성전자 시절 첫 제품이 나오는 데 4년이 걸렸고, 이마저도 일본과 합작한 것이다. 자체 기술로 소형 프린터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A3 한 대를 만드는 데 최대 수천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다.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업계에서는 10년 정도 일해야 겨우 명함을 내밀 수 있다.

R&D센터가 한국으로 오는 것은 상징적 의미도 있다. 일본과 대등하게 연구개발이 가능하다고 본사가 판단한 것이다. 한국인은 R&D를 하기에 좋은 조건을 타고나기도 했다. 한 번 하기로 한 건 해내고 말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미국보다는 한국이 싼 측면도 있기 때문에 매우 효율성이 뛰어나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은 회사 운영 시스템을 HP에 맞게 조율하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부드럽게 전 세계 HP 조직과 일할 수 있다. 또 한국에 A3 사업 본사 역할을 줬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그리고, 프린터가 성숙한 시장이므로 새로운 사업도 발굴해야 한다.

잉크젯 프린터나 3D 프린터에는 초미세 유체를 제어하는 기술이 사용되는데, 이를 바이오 분야에 활용해보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피부를 프린팅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치료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금 HP에는 없는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제안하려고 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 "A3복합기 본사는 한국...바이오와 시너지 내겠다"

○김광석 HP프린팅코리아 대표는.

1962년 대구 출신이다. 삼성전자 입사 후 HP프린팅코리아에 몸 담기까지 수원을 떠나본 적이 없다. 1985년 서울대 제어계측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초기 3년 삼성전자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프린터와 함께 했다.

2005년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2010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그룹장, 2017년 삼성전자에서 분사된 에스프린팅 솔루션 상품화 개발팀장을 역임했다.

HP에 합류한 2017년부터 HP프린팅코리아 개발팀장으로 재임하며 본사로부터 탁월한 업무 추진력과 전문성, 원만한 대인관계 등을 인정받았다. 2019년 11월부터 HP프린팅코리아 대표이사에 취임해 소통하는 리더십과 현장 경영을 내세우며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두 아들과 함께 새로운 체험을 하며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는 경험을 소중히 여긴다. 여가 시간에는 주로 골프와 고대 역사를 연구하며 시간을 보낸다.

정리=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