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산분리' 원칙도 재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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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금산분리' 원칙도 재논의해야

정부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허용하는 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CVC를 조속히 결론내고 도입하라”고 주문한 후 여당에서 CVC법안을 발의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산업자본의 벤처캐피털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해 유망 벤처기업 발굴과 성장 촉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벤처투자법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 계열사가 협업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CVC 투자 등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기회에 CVC 족쇄로 작용하고 있던 금산분리 원칙도 제고해 봐야 한다. CVC 취지를 인정하면서 논란이 된 이유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지난 1995년 은행법에서 규정한 이후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확고한 불문율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현행법에서는 제조업이나 서비스 업종은 은행 주식의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단 인터넷은행은 예외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을 지키기 위해 벤처투자법에 특례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발의했다. 금산분리 배경은 대기업 전횡을 막자는 취지다. 제조에 이어 금융까지 한 기업이 소유한다면 그만큼 부작용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추세는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내 산업자본에만 제한을 두면서 오히려 국제 투기자본의 금융권 지배 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산업자본의 지원과 노하우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정부도 꾸준히 완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미 공적 연기금은 산업자본으로 규정하지 않아 금융기관에 투자할 수 있게 됐으며, 인터넷은행은 아예 예외로 뒀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금융주식 허용 한도를 9%까지 늘리기도 했다. 산업이 성숙할수록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다시 금융업으로 주도권이 바뀌는 게 상식이다. 후진적인 한국 금융 체계는 강력한 규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CVC 허용을 계기로 금산분리 원칙도 공론화,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