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핵잠수함, 정상회담의 무대가 되다

강철비2:정상회담 영화 포스터
강철비2:정상회담 영화 포스터

한국과 북한, 미국 정상이 평화협정을 위한 정상회담 도중 납치됐다. 북한 쿠데타 세력이 3국 정상을 억류한 장소는 잠수함 '백두호'. 원자력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핵잠수함이자, 핵미사일을 탑재한 핵무장 잠수함이다. 동해바다를 누비며 심해 추격전이 펼쳐지는 사이 강철 격벽으로 둘러싸인 함장실에서 다시 한 번 정상회담이 이뤄진다.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에 등장하는 북한은 이미 핵 무장을 마쳤다. 심지어 궁극의 전략무기로 불리는 '핵잠수함'을 개발, 실전 배치한다.

핵잠수함은 핵분열 방식을 응용한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한다. 이에 원자력 잠수함(SSN)으로도 불린다. 여기에 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탑재되면 탄도미사일원자력 잠수함(SSGN) 혹은 전략원잠이라 부른다.

핵잠수함 최대 장점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잠항 시간이다. 짧으면 6년, 길게 14년 주기 핵연료 교체 시기 이전까지 무제한 잠항이 가능하다. 원자로에서 생성한 전력으로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식수와 생활용수도 담수화 장비 가동으로 마음껏 쓸 수 있다.

반면에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재래식 잠수함은 주기적으로 부상해 산소를 채워야 한다. 잠수함 승조원이 호흡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엔진을 작동시키는데도 산소가 필요하다. 수상항해 혹은 스노클링을 하며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성하고, 잠항 중에는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빈번하게 물 위로 올라오는 만큼 수상함과 항공기에 의한 탐지나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 연료 보급이 필요한 만큼 작전 기간도 제한적이다.

최초의 핵잠수함은 1954년 미국에서 건조된 노틸러스호다. 원자폭탄 개발을 계기로 농축우라늄을 연로로 하는 원자력잠수함 개발이 이뤄졌다. 노틸러스호는 1955년 완성 이후 26개월간 7만해리(약 13만㎞)를 주행한 이후에야 연료보급을 받았다. 북극해를 얼음 밑으로 잠항해 횡단하는 기록도 세운다.

물론 핵잠수함이 지닌 단점도 만만치 않다. 엄청난 건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사능 오염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잠항 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적 공격으로 좌초·침몰 시 방사능 유출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잠수함이 퇴역하고 나면 원자로 해체 과정에서 대량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도 문제다.

현재 핵잠수함을 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대부분 핵 보유국이다. 인도 또한 자체 건조를 통해 핵잠수함 보유국에 이름을 올렸으며, 브라질도 프랑스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핵잠수함 자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해군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북한과 주변국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억제전력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