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저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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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는 클라우드가 생소하던 10여년 전부터 국산 클라우드 솔루션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외산 솔루션이 국내 시장에 진출, 클라우드를 막 알리던 시기였다. 잦은 보안 사고로 망 분리가 화두가 되면서 일부 대형 금융권에서 가상화 솔루션을 도입했다. 클라우드 시장은 작았고, 시장 성장 가능성은 장밋빛 전망으로만 회자됐다. 이노그리드는 멈추지 않고 10여년 동안 묵묵히 자체 솔루션 개발에 투자했다.

알서포트는 원격 제어, 영상회의 개념조차 없던 20여년 전 시장을 개척했다. 10여년 동안 개발한 제품은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당시 일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이후 일본 기업과 정부는 알서포트 제품을 수시로 구매하며 비상 상황을 대비했다. 알서포트의 일본 매출도 꾸준히 증대해 갔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선 인지도가 일본에 비해 낮았다. 알서포트는 해마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티맥스는 2009년에 고배를 들이킨 지 5년여 만에 다시 운용체계(OS) 개발에 나섰다. 5년 넘게 수백명의 엔지니어를 투입, OS를 개발·상용화했다. 티맥스 OS 개발에는 늘 '무모한 도전'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티맥스는 자체 개발한 OS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플랫폼까지 개발했다. 수백억원 이상 투자했다.

국산 소프트웨어(SW)가 최근 외산 일색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노그리드는 외산 클라우드 솔루션 대항마로 성장했다. 2025년 연매출 1000억원대를 노린다. 알서포트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외산 솔루션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며 최근 비대면 솔루션 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티맥스는 OS부터 클라우드까지 시스템SW 전반에 걸쳐 국산화 라인을 형성했으며, 핵심 분야는 국방 사업까지 진출했다.

지금은 분야별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들 기업이 걸어온 지난 10∼20년 동안의 세월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길이었다.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 왔다. 그렇게 쌓은 저력이 이제 빛을 발하는 '타이밍'을 만났다. 지금도 SW업계에는 우수한 기술 개발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국산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기업과 개발자가 많다. 노력과 투자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