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671>왕홍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KOTRA와 함께 면세점 입점 기업 특별 판촉 왕홍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은 중국 인기 왕홍이 실시간 방송을 통해 국내 브랜드 제품을 중국 현지에 알리고 있는 모습.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KOTRA와 함께 면세점 입점 기업 특별 판촉 왕홍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은 중국 인기 왕홍이 실시간 방송을 통해 국내 브랜드 제품을 중국 현지에 알리고 있는 모습.

최근 중국 상하이 시가 인기 왕홍(網紅)인 리자치를 특수인재 1호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습니다. 특수인재는 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호적을 부여하고 주민으로 영입한 인물입니다. 그만큼 중국 소비시장에서 왕홍이 갖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왕홍은 적게는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수천만명이 넘는 고정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를 말합니다. 라이브 채널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특정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죠. 중국에는 혼자서 1억위안(약 17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왕홍이 부지기수입니다.

왕홍 비즈니스가 중국 내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지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도 왕홍과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국내 면세점과 화장품 기업들도 왕복 항공권에 체류·숙박비는 물론 출연료까지 더해 '귀한 몸 모시기'에 여념이 없죠. 그렇다면 왕홍은 어떻게 거대한 중국 소비시장을 좌우하는 온라인 마케팅 대표 주자가 됐는지 그 이유를 알아봅니다.

Q:왕홍 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A:지난해 기준 중국 내 왕홍 경제 규모는 2524억위안(약 43조원)으로 작년대비 46% 급성장했습니다. 왕홍 생방송 시청자수 역시 지난해 5억명을 돌파한 이후 올해 1분기에도 5억6000명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늘고 있죠. 10만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왕홍은 작년대비 50% 증가했으며, 100만 이상 팔로어를 보유한 왕홍도 23% 증가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리자치, 웨이야, 뤄용하오, 장다이, 퉁즈추 같은 1000만 이상 팬을 보유한 슈퍼 왕홍들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입니다. 리자치는 생방송 5분 만에 1만5000개 립스틱을 팔아치웠고, 뤄용하오는 생방송 3시간 동안 1억1000만위안(약 19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적이 있죠. 웨이야는 지난 한 해 동안 27억위안(약 4600억원)을 판매했습니다.

중국 왕홍 위얼이 신라면세점에서 라이브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왕홍 위얼이 신라면세점에서 라이브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Q:중국 소비자는 왜 왕홍 마케팅에 열광하나요.

A:왕홍은 '인터넷'의 '왕뤄(網絡)'와 '유명인의 '홍런(紅人)'이 합쳐진 말입니다.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내와 달리 중국에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웨이보, 도우인(틱톡), 타오바오, 콰이쇼우, 샤오홍슈 등을 통해 이뤄집니다. 지우링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자)·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 같은 중국 젊은 세대는 모바일을 활용한 쇼트 클립 형태 영상 플랫폼에 익숙하죠.

왕홍 마케팅 핵심은 상품에 대한 대리 소비 체험입니다. 기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사진과 텍스트 설명이 주된 정보원이라면 왕홍은 생방송에서 제품을 착용하거나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정확한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간 댓글 문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죠.

소비자는 채팅창을 통해 제품에 대한 궁금한 정보를 곧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생방송에 접속 중인 수많은 잠재 소비자가 구매자로 전환되죠. 기존 중국 전자상거래 채널에서 시청 뷰가 구매로 전환되는 비율이 0.37%에 불과했다면, 최상급 왕홍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에서는 20%에 육박합니다. 왕홍의 상품 후기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중국 온라인 소비재 시장에 핵심으로 자리 잡은 배경입니다.

중국 왕홍 신바가 신세계면세점에서 k뷰티 라이브쇼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왕홍 신바가 신세계면세점에서 k뷰티 라이브쇼를 진행하고 있다.

Q:국내 기업들도 왕홍을 비즈니스에 활용한 사례가 있나요.

A:중국인 방문객이 주요 고객층인 면세점을 중심으로 국내서도 왕홍 마케팅이 활발합니다. K뷰티 열풍을 타고 국내 화장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최적의 채널로 왕홍을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가 각광받고 있죠. 신라면세점이 지난해 인기 왕홍 '위얼'과 진행한 라이브방송에는 4시간 동안 무려 1070만명 시청자가 몰렸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이 초청한 왕홍 '신유지'가 진행한 뷰티 라이브쇼는 누적 접속자수가 1500만명에 달했죠.

특히 왕홍 '신바'는 국내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사흘 동안 14개 브랜드에서 판매고 5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롯데면세점도 지난해 왕홍 500명을 초청해 대규모 '라이브 쇼' 페스티벌을 진행했습니다. 왕홍 릴레이 방송을 위해 롯데호텔 서울 연회장 50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스타라운지에 10개 등 무려 60개 부스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죠.

기업뿐 아니라 기관들도 왕홍과 연계해 국내 중·소상공인을 돕는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제주도에서 이틀간 '한·중 왕홍 합동 라이브 판매전'을 진행해 5200만원어치 중소기업 제품을 팔았습니다. 지난 5월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중국에 국산 유자차 수출을 늘리기 위해 왕홍 '리자치'와 함께 한국 유자차 판매를 위한 모바일 생방송을 진행했는데 1분여 만에 5만2173병이 판매되며 홍보 효과를 실감한 바 있습니다.

<관련도서 소개>

◇'중국은 왕홍으로 통한다' 임예성·이혜진 지음, 북스타 펴냄

[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lt;671&gt;왕홍

중국에서 외국인 왕홍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직접 체험한 왕홍 도전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단순 인터넷 스타 정도로 시작한 왕홍은 오늘날 중국 경제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렇게 현재 중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왕홍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중국 유통시장을 이끌고 있는 왕홍 경제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 규모와 영향력은 어떠한 지에 대해 설명한다.

◇'중국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2020' 김현주·김정수·박문수 지음, e비즈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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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 경제는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 기업이 반드시 알고 가야 할 전략과 실무 노하우를 담아냈다. 기업의 조직과 인력 배치, 유통사와의 관계 등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조언부터 중국 디지털 마케팅을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핵심 소비자 '90后'와 많은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왕홍 마케팅에 대한 가이드까지 상세하게 소개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