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홍상진 명지대 교수 "반도체 장비용 부품 테스트베드로 소부장 생태계 기여"

홍상진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사진=명지대학교 명지투데이>
홍상진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사진=명지대학교 명지투데이>

“반도체 장비 테스트베드가 국내 반도체 장비용 부품 역량을 기르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상진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경기 용인시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 연구실에 꾸린 '반도체 장비 테스트베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홍 교수 주도로 마련된 이 테스트베드에는 12인치 웨이퍼용 식각 시스템 2대, 화학기상증착(CVD) 장비 1대가 설치돼 있다.

이 반도체 제조 전(前)공정에서 반도체 회로를 깎아내고, 웨이퍼 위에 미세한 층을 쌓아올릴 때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장비다.

홍 교수가 이 장비를 연구실에 들여 테스트베드를 만든 이유는 국내 반도체 장비용 부품 생태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만드는 유명한 회사들이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혼자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다. 공장 내 각 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장비, 이 장비 속에 들어가는 부품과 소재는 협력사가 만들어 공급한다.

그런데 국내 반도체 장비용 부품 업체들의 기술 수준과 규모는 외국 유력 업체들보다 상당히 열악하다. 그나마 국내 장비 기술은 수년 간 발전으로 예전에 비해 크게 성장했지만, 부품 개발 수준은 우리나라 대기업 칩 제조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 장비 안에서 자동차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고주파(RF) 부품, 밸브, 정전척(ESC) 부품 대다수는 외국 기업에 의존한다.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4000여개 부품 중 80%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지만, 나머지 20%는 아예 공급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게다가 이 20%의 부품은 관련 시장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국내 반도체 공장 안에서 핵심 부품이 고장나면 당장 수급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장비 회사들도 외산 부품으로만 제품을 개발해야 해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준다.

홍 교수는 “장비 설계가 바뀌면 부품 스펙이 따라서 변경돼야 정상인데, 국내 장비 업계는 외산 부품사가 스펙을 변경하면 기존 장비 설계를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모순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홍 교수는 그가 꾸린 반도체 장비 테스트베드에서 국내 반도체 부품 기업과 협력해 핵심 부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장비 시스템을 자유롭게 뜯어보고 각 회사가 개발한 부품으로 갈아끼워보고 성능을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한 예로 코리아스펙트랄프로덕츠(KSP)와 협력해 공정 진단용 광학발광분석(OES) 센서를 개발하고, 소프트웨어 관련 연구도 진행한다.

홍 교수는 국내 업체와의 부품 개발 협력 외에도 관련 인력 양성에도 열심이다. 지난해부터 소재·부품·장비(소부정)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시작해 부품 연구 인력과 기업 사이 가교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소부장 핵심 기술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게 된 좋은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부품 개발부터 장비 적용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10년”이라며 “국산화 바람 이후 기회를 잡은 국내 부품 업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책과제 등으로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