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그동안과 달랐다...태풍 '바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7일 우리나라 서해상을 통과한 8호 태풍 '바비'는 상륙 이전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다. 우선 예상되는 위력이 강했다.

다행히 이동 경로가 서쪽으로 치우치고 강풍 반경이 좁아 큰 피해가 없었지만, 역대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는 관측이 있었다. 제주도 부근을 지날 무렵에는 '매우 강한 태풍' 등급으로 변모했다. 당초 초속 60m를 넘는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과거 우리나라를 할퀴어 큰 피해를 준 '매미'나 '루사'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었다. 매미의 강풍 기록이 초속 60m 였다.

특히 이목을 끈 지점은 이례적인 태풍의 삶이다. 탄생부터 특이했다. 바비가 태어난 곳은 타이완 부근 해상이다. 태풍은 남쪽 적도 부근이나 필리핀 인근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그동안 통념이었다. 바비는 이를 깨고 15도 이상 고위도에서 발생했다.

태풍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상승기류에서 비롯된다. 태양 에너지를 받아 뜨거워진 바다에서 상승기류가 생기면 이곳을 메우기 위해 주변 공기가 모여드는데, 이 흐름이 지구 자전의 흐름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열대성 저기압을 형성한다. 당연히 바다에 상승기류가 생기기 쉬운, 적도 부근 27도 이상의 뜨거운 바다에서 태풍이 형성돼 왔다.

그런데 타이완 부근 해상은 해수면 온도가 30도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이 때문에 바비가 고위도에서 태어날 수 있었다.

바비는 발전 양상도 특이하다. 고위도에서 탄생한다면 그만큼 서해로의 여정이 짧다. 바비의 경우 4일여 만에 우리나라 해상으로 들이쳤다. 이는 발달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간이 짧다는 뜻이다. 바비가 보인 위력은 매우 특이한 경우다.

이런 특이현상 역시 높은 해수면 온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바비가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며 만난 바다도 수면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태풍이 만나게 되는 북쪽 바닷물은 탄생 수역의 것보다 차갑다. 태풍의 세력을 줄이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서해 역시 상당한 고수온 영역으로, 도리어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한동안 우리를 괴롭힌 장마가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 하천에서 바다로 대량 유입된 고온 민물이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켜 태풍의 성장과 세력유지를 도왔다는 의견이다.

바비는 이런 환경을 매우 잘 활용했다. 제주도 남해에 진입할 때까지 이동 속도가 시속 15㎞ 안팎이었다. 충분히 에너지를 받아 힘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이례적으로 탄생·발전한 바비가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해수면 온도는 바비와 같은 '변칙' 태풍을 얼마든지 탄생시킬 수 있고, 이전보다 더 큰 위력으로 재난을 부를 수도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