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그린뉴딜, 설비 국산화부터 성공해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그린뉴딜에서 그린과 뉴딜 중 어느 한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할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그린' 핵심인 태양광 발전 설비는 중국에, 풍력 발전 설비는 유럽에, 수소 연료전지는 미국에 가격 경쟁력이 뒤처져 있습니다. 보급 확대 위주 정책을 추진하면 남 좋은 일만 시키고 당초 우리가 원했던 '뉴딜'은 달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정부 그린뉴딜 정책이 단순 에너지 설비 보급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풍력·수소 연료전지 발전 설비가 외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그린뉴딜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설비 보급정책이 외국 기업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최근 정부 지원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이 대폭 늘어났지만 중국산 설비 점유율이 늘어나고 우리 기업 매출은 줄었다”면서 “석탄·원자력발전이 국산화에 성공한 후 해외로 진출했던 것처럼 해상풍력만이라도 그린뉴딜 성공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에너지정책 연구를 활발하게 벌이면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에너지 전문가로 꼽힌다. 유 교수는 1992년 서울대 자원공학과에 입학하면서 에너지 분야에 발을 들였다. 이후 같은 대학 석사 과정에서 자원공학을, 박사 과정에서는 기술정책을 전공했다. 이후 고려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호서대 해외개발학과 교수로 일했다. 2010년부터는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로 재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제9차 전력수급계획 총괄분과 위원장으로도 일한다.

유 교수는 에너지·환경 정책과 수요 추정·관리, 경제 가치 평가 등을 주로 연구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분산에너지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 2012년 벌어진 밀양 송전탑 사태를 보고 '장거리 송전선로에 의존한 전력공급보다 분산에너지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갖췄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분산전원은 신재생에너지·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자가발전 세 가지로 구성됐는데, 대규모 개발 위주로 확대되는 신재생에너지 대부분은 사실 분산에너지가 아니다”면서 “송전시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분산에너지가 시장에서 생존하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전기요금 개편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원가와 연동되지 않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전기 생산원가와 전기요금이 서로 연동되지 않는다”면서 “한전이 전기를 구입하는 도매가격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소매가격이 서로 연동되는 도소매가격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코로나19로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강화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정착을 위해 배출권 유상할당을 확대하는 정책이 추진되지만 배출권 거래제 강화가 전기요금, 산업계 고용·부가가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는다”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