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13>팬데믹과 디지털 시대의 여성 일자리 전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디지털 기술 진화 속도가 가속됨에 따라 세계 고용노동 시장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여성 고용노동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에는 여성 근로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만5000명 감소했고, 4월에는 약 29만4000명 줄었다. 특히 여성 일자리는 숙박 및 음식점업 분야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 전년 4월 대비 16만7000명이 줄었다. 교육서비스업의 여성 취업자 수도 지난해 대비 약 10만2000명 감소했다. 이들 산업은 대체로 여성의 시장 진출 비중이 큰 분야로, 통계만으로도 코로나19로 인해 여성 고용노동 시장의 타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성정책 및 일자리 관련 전문가는 판매 서비스업이나 교육서비스업 등 여성 집중 업종의 경우 팬데믹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즉시 원상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업종 모두 기술 진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여서 여성 취업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무직 여성 종사자 비중이 크게 줄지 않아 여성 진입이 용이한 편이라는 점이다. 다만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3, 4월부터는 사무직 여성 일자리 역시 조금씩 감소세를 보여서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는 이 시점에 사무직 여성 일자리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여성 고용정책에 대한 선제 고민이 필요하다.

기존 일자리 관련 연구에서는 생산·판매·서비스 관련 단순직, 인사·총무 따위 사무직, 교육서비스직 등 일자리를 주로 '여성 유망 일자리'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이들 일자리에서도 여성 고용률이 급감하고 있어 여성 유망 일자리 연구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직무 전환과 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한 신규 여성 일자리 창출 및 경력 개발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 지원을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 일자리의 경우 여성의 교육훈련 참여율이나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지만 낮은 직무 숙련성으로 말미암아 직무 개선이나 확대 등 실질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디지털 시대를 맞아 경영·회계·사무 분야의 여성 일자리도 디지털 기술과 융합, 직무를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직무로의 전환과 경력 개발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부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

첫째 디지털 기술과 경영·회계·사무 분야 일자리 융합을 통해 팬데믹 시대에 적합한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모니터링, 빅데이터 분석과 수집·관리, 연구소 안전관리지원 등과 같은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전직 지원을 위한 직업정보 습득 공식 경로 제공,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여성 경력 개발 지원 정책이 여성 거버넌스 기관 중심으로 수립돼야 한다.

셋째 디지털 기술 발달과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일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이 활성화되고 있다. 재택근무나 교육기관의 휴교가 늘면서 여성은 더 일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우수 여성 인력이 더 오래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 직장 내 어린이집, 일-가정 양립 혜택, 가사노동 분담 지원 제도 등 다양한 정부 정책 마련과 기업의 적극 지원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미래 여성 일자리는 노동 구조와 고용 형태, 근무시간과 장소 등에서 과거와는 다른 다양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고용 형태에 적합한 고용·노동 제도나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독일 등 유럽에서 이미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노동 4.0'의 이슈를 적용, 노·사·정 간 사회 합의를 통해 여성 노동시장에서도 '좋은 일자리' 발굴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당분간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여성 일자리 창출 및 경력 개발 지원을 도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윤정 경영·회계·사무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 aoum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