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29>스타트업에 부합하는 사무 공간을 조성하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어진 공간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공간은 사람이 특정 행위를 수행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특히 공간을 통해 유도되는 행동은 간헐적이고 일회성 있는 행동(action)이나 활동(activity)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을 띠고 지속적인 양상을 갖고 있는 행태(behavior)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크다. 이런 점에 주목해 많은 기업은 조직의 창의력을 높이거나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또는 조직 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사무실 공간을 이에 부합하는 형태로 바꾸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회사의 공용 공간이다. 회사 공용 공간은 여러 구성원이 함께 쓰는 공간으로 회의나 업무뿐만 아니라 휴식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변화시킬 경우 조직 문화를 지향하는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다.

어느 분야보다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광고회사에서도 회사 공용 공간을 변화시켜 창의력을 도모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영국의 유명한 광고회사 HHCL은 직원이 빈번이 부딪히면서 커뮤니케이션할 때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사실을 활용하기 위해 서서 회의를 하거나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일하도록 사무실을 설계했다.

구글 역시 사내 공용공간을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창의적인 담론 문화와 원활한 직원 간 교류를 확장하기 위해 공용공간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었다. 구글은 공용공간을 시각적 즐거움이 있는 공간이자 동료 직원들과 함께 즐겁게 대화하고, 무료로 음료수도 마시고, 쉴 수 있는 기능이 모두 충족되는 편안한 장소로 구성했다. 이런 공간 속에서 진행되는 업무 관련 회의나 동료 간 비공식적인 대화, 외부 관계자와 접견 등은 일반적인 사무실 속에서 진행되는 엄숙하고 부담스런 담론이기보다는 자유롭고 창발적인 내용이 다분히 포함된 담론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창조적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 대화가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조직 구성원이 사내에서 구축한 높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외부 협력업체나 고객과 관계로도 확장될 수 있다. 애플의 대표 상품인 아이팟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제품이 나올 때까지 채 10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세계인을 감동시킨 멋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애플 내부 직원간 높은 소통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애플은 자체 생산 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때문에 전 세계 어느 조직과도 협력할 수 있고, 어느 전문가와도 협업할 수 있다. 애플 직원들의 능력, 소통 능력이 없었다면 10개월 만에 전 세계를 휩쓴 아이팟을 출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많은 회사가 사내 사내 건물 1층 카페테리아에 직원들 간 편한 대화의 공간을 제공하고, 로비에는 다양한 문화공간을 조성해 사진과 그림 전시회 등을 개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부즈앤드컴퍼니에서 전 세계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어느 회사인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앞에서 언급한 애플, 구글, 3M이 1, 2, 3위를 차지했다. 부즈앤드컴퍼니 파트너인 배리 재루제이스키에 따르면 애플, 구글, 3M의 뒤를 이어 GE, 토요타, 마이크로소프트, P&G, IBM, 삼성, 인텔 등이 10대 혁신기업으로 꼽혔지만 애플과 구글, 3M을 꼽은 경우가 나머지 7개 기업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꼽힌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애플, 구글, 3M 같은 기업의 영광은 직원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게끔 업무 공간과 환경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는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