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부동산 투자상품 가뭄…“잦은 규제변경 대응 어려워”

프롭테크 부동산 투자상품 가뭄…“잦은 규제변경 대응 어려워”

잦은 정부 부동산 규제로 프롭테크 기반 부동산 금융 상품 시장도 움츠려들고 있다. 단기간에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반복 등장한 탓에 기업들이 매번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당분간 신규 상품은 국내 부동산 대신 해외 부동산 기반 상품만 출시하겠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6일 프롭테크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 서비스를 운영하는 A사는 최근 국내 부동산 투자상품 신규 출시를 잠정 중단했다. 국내 부동산 규제 이슈가 거듭 발표되면서 이를 대응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A사 고위 관계자는 “규제 발표마다 내부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연이어 새 규제안이 나오면서 더 이상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부동산 매입형 상품이다. 부동산 상품에 투자받은 금액으로 기업이 실제 부동산을 매입하고 월세 및 매각 수입을 투자자에게 매분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사업모델은 양도차액에 부과되는 세금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동산 3법'이 사업모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해당 법안들은 양도세 최고세율을 현행 62%에서 72%로 상향하고, 법인의 주택 양도차엑에 대해 기본 법인세율 20%를 추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법인의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플랫폼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여지가 커졌다.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수익증권(DABS) 관련 서비스들도 잇달아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 카사코리아는 DABS 거래소를 오래 2월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연내 출시로 일정을 조정했다. DABS 유통 서비스를 내세운 루센트블록 역시 서비스 출시 시기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연기 배경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라고 밝히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신규 부동산 규제 영향도 컸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매가·전세가 등 부동산 거래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들도 최근 사업 불확실성이 증대됐다. 지난달 19일 정부가 전세동향 집계 방식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현재 한국감정원은 확정일자 신고자료롤 토대로 규모별, 지역별 전세시장 동향을 파악 중이다. 새로운 통계는 국토부 신고일자 기준으로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해 오던 기존 업체들 데이터와 괴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정부 의도와 다른 데이터를 시장이 내놓을 경우, 기업이 보유하거나 활용하던 특정 공공 데이터는 서비스에 활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특히 데이터화 및 인공지능(AI) 분석 업체들이 또 언제 새로운 정부 정책이 규제로 작용할 지 몰라 사업 방향성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환 성균관대 주임교수는 “부동산 시장이란 특수한 환경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규제정책이 단기간에 여러차례 발표되면서 프롭테크 기업에는 경영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