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산장비 도입, 관행 벗어나야

[사설]국산장비 도입, 관행 벗어나야

공공 부문에서 여전히 국산네트워크 장비가 외면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국산장비 도입 비중을 5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까지도 30%대에서 머물렀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공공부문의 국산네트워크 장비 도입률은 33.7%로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6%포인트(P) 상승에 그쳤다. 공공은 지난해 수요 613억3900만원 가운데 207억6200만원어치를 국산 장비로 구입했다. 국산장비 도입률은 2018년 32.4%, 2017년 30.6%로 조사됐다. 2017년 기준으로 국산장비 도입을 전체의 절반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공공에서 국산장비를 쓰는 배경은 명확하다. 국내업체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네트워크 장비는 유무선 통신서비스가 강한 한국이 해외에서 빛을 볼 수 있는 분야다. 세계무대에서 뛰기 위해서는 국내 구축 경험이 필요하다. 삼성은 최근 미국 버라이즌에 8조원 규모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수주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그만큼 국내에서 충분한 사업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유는 보안이다. 유무선 기간망에 사용하는 네트워크 장비는 보안에 민감하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견제한 배경에도 보안 이슈가 컸다. 단순히 국내업체를 도와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산업 보호와 국익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 배려가 아쉽다. 구두선 차원이 아니라 명확한 실행 전략을 세워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발주 관행을 바꿔야 한다. 공공은 안전 제일주의다. 새로운 서비스나 장비 도입을 꺼리다.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유럽 등 글로벌 기업 브랜드를 선호한다. 여기에 중국 제품은 가격을 무기로 하여 경쟁에 무차별 뛰어든다. 가격과 성능이 어정쩡한 국내 업체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끊지 않으면 국산 장비가 설 자리는 없다. 민간이 어렵다면 공공이 먼저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발주 문화도 기존 관행을 뒤집을 혁신적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