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일류에서 초일류로"…삼성전자·SK하이닉스, 'EUV D램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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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인 '평택 2라인(P2)'이 가동을 시작했다. 축구장 18개 크기(12만8900m²)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P2에서 출하된 제품은 극자외선(EUV) 기반 모바일 D램이다.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될 이 D램은 EUV를 적용해 만든 세계 최초의 제품이었다. “근본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P2)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2라인(P2) 전경.<사진=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D램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EUV D램' 시대 개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미 70%가 넘는 점유율로 후발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양사지만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선제 투자로 후발주자가 넘볼 수 없는 단계에 다시 오르고 있다.

◇EUV로 D램 혁신…삼성 '초격차' 실현

삼성전자가 8월 EUV를 적용해 만든 D램은 3세대 10나노(1z) 16Gb LPDDR5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D램으로 기존 12Gb 모바일 D램(LPDDR5, 5,500Mb/s)보다 16% 빠른 동작 속도(6400Mb/s)를 구현했다. 16GB 제품 기준 1초당 풀HD급 영화(5GB) 약 10편에 해당하는 51.2GB를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EUV는 13.5 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파장의 길이가 짧은 광원이다. 기존 광원인 불화아르곤(ArF)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EUV가 반도체 웨이퍼 상에 더 미세하고 오밀조밀하게 패턴을 새길 수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미세회로를 만들기 위해 수차례 노광 공정을 반복해야 했지만 EUV는 이런 공정 단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공정이 줄면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이 단순해져 반도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이런 기술적 장점에 EUV를 D램에 접목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EUV 노광 장비는 1대 가격이 1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고, 기술 진입 장벽도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EUV D램을 상용화에 도전했다.

삼성은 지난 3월 10나노 1세대(1x) D램에 EUV를 적용한 데 이어 8월에는 3세대 10나노(1z) 제품까지 성공시켰다. 지난 3월은 고객사에 DDR4 D램 모듈 100만개를 공급한 시범적 성격이 강했다면 8월은 현 주력 상품인 3세대 D램에 EUV를 적용하고 대량 생산 수준으로 기술을 끌어올린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다음 목표는 4세대 10나노(1a) D램 EUV 적용이다. 4세대 10나노급 D램은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강조할 정도로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차세대 제품이다. 김 부회장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메모리 사업은 4세대 10나노급 D램과 7세대 V낸드 개발로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세대 10나노급 D램은 내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1a D램을 준비하는 건 EUV 적용 효과가 극대화돼서다. 기존 불화아르곤(ArF)으로 멀티패터닝(MPT) 할 때보다 공정 스텝수가 50% 줄어 EUV 도입에 따른 원가 인상이 상쇄되는 동시에 생산성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1x D램 공정보다 EUV를 적용한 1a 공정 생산성이 2배 더 높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 EUV 1a D램 양산으로 '직행'

SK하이닉스도 D램에 EUV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미래기술연구원 산하에 EUV TF를 만들어 노광, 식각, 마스크 제조 등 EUV 공정에 필요한 기술 전반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초 1a D램 양산에 EUV 공정 적용이 목표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에서의 EUV 공정은 1a 제품부터 양산 적용될 예정”이라며 “2021년 초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2년에는 1b급 D램 개발을 완료하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 생산 기지로 점찍은 M16에서 EUV D램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현재 이천캠퍼스에 EUV 노광기 2대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M16 팹이 완공되면 이곳에 EUV 관련 설비가 구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ArF 장비로는 구현하기 까다로운 레이어부터 EUV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EUV는 개발 속도가 빨라 이미 상당 수준의 수율을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사진=SK하이닉스>

◇'K-반도체' 세계 시장 선도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94%가량 점유하고 있는 시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점유율이 74%에 달한다.

3사 과점 체제로 고착된 D램 시장이지만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3위 마이크론은 EUV 공정 도입이 뒤쳐지고 있다. 기존 노광 기술로 최대한 대응하려는 게 마이크론의 판단으로 보인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EUV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3사 과점 구도에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차세대 D램 기술은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며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국 반도체를 따돌릴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중국 반도체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는 5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2021년 4세대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지난해 10나노 1세대 D램 양산, 올해 2세대 D램 양산에 그치고 있다는 게 근거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차세대 D램에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할 계획으로 장비의 높은 가격과 제한된 공급 능력으로 후발주자와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삼성전자 첨단 D램 상용화 연혁>

·2009.07월 40나노급 2Gb DDR3 양산

·2010.02월 40나노급 4Gb DDR3 양산

·2010.07월 30나노급 2Gb DDR3 양산

·2011.09월 20나노급(2x) 2Gb DDR3 양산

·2012.11월 20나노급(2y) 4Gb DDR3 양산

·2013.11월 20나노급(2y) 6Gb LPDDR3 양산

(※ 2014.02월 20나노급(2y) 8Gb LPDDR4 양산)

·2014.02월 20나노(2z) 4Gb DDR3 양산

·2014.10월 20나노(2z) 8Gb DDR4 양산

·2014.12월 20나노(2z) 8Gb LPDDR4 양산

·2014.12월 20나노(2z) 8Gb GDDR5 양산

·2015.08월 20나노(2z) 12Gb LPDDR4 양산

·2016.02월 1세대 10나노급(1x) 8Gb DDR4 양산

·2016.09월 1세대 10나노급(1x) 16Gb LPDDR4/4X 양산

·2017.11월 2세대 10나노급(1y) 8Gb DDR4 양산

·2019.03월 3세대 10나노급(1z) 8Gb DDR4 개발

·2019.06월 2세대 10나노급(1y) 12Gb LPDDR5 양산

·2019.09월 3세대 10나노급(1z) 8Gb DDR4 양산

·2020.03월 4세대 10나노급(1a) D램(EUV) 개발

·2020.03월 1세대 10나노급(1x) D램(EUV) 샘플 100만개 공급

·2020.08월 3세대 10나노급(1z) 16Gb LPDDR5(EUV) 양산

·2021년 4세대 10나노급(1a) 16Gb DDR5/LPDDR5(EUV) 양산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