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웨이 제재, 국내업체도 대비 필요

[사설]화웨이 제재, 국내업체도 대비 필요

미국의 중국 화웨이 추가 제재일이 임박했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SW), 설계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모든 반도체에 대해 15일부터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조심스럽게 실적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3.2%(7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3조원) 정도라고 추산하며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관 부품업종의 직간접 피해도 걱정스럽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은 스마트폰용을 비롯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패널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직접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앞으로 화웨이가 스마트폰이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등을 생산하지 못하면 관련 부품업체의 타격도 불가피히다. 물론 일부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물량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체 공급처를 찾으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기간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도 대비해야 한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화웨이는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다. 국내업체를 상대로 연간 수조원어치의 부품을 구매하는 '빅 바이어'다. 미국 제재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11월 대선이 고비가 되겠지만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상황까지 감안해야 한다. 혹시나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지 못해도 중국을 견제하는 기조가 이어진다면 장기화할 게 뻔하다. 최악의 경우 화웨이를 제외한 사업 전략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안이하게 상황을 낙관하다가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공급처와 시장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미국의 대 중국 기조를 볼 때 화웨이 제재는 강해지면 강해지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만반의 준비를 해 두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