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포스트 코로나시대 의료 환경과 IT 대응

[미래포럼]포스트 코로나시대 의료 환경과 IT 대응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나 경제 영역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의료도 예외는 아니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일상 회의나 학술 활동이 비대면으로 바뀌고, 진료에서도 비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진료 대상을 재진에서 초진 환자로 확대했다. 대상 질환 범위도 만성질환에서 알레르기 질환과 폐렴 등으로 확대했다. 의약품 택배 배달도 허용했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 매킨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 의료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코로나19 이전 11%에서 76%로 증가했고, 의사가 시행한 원격의료 건수도 평균 50~175배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코로나19 이전에도 약물 투여 여부, 운동, 수면, 당뇨병, 정신건강 등 건강과 관련해 환자를 원격 모니터링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이를 사업화한 기업도 150여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계의 원격진료 반대 입장에도 정부는 코로나19 방역대책 강화 방안의 하나로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처방받을 수 있게 하는 '전화상담·처방'을 허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다수의 병원과 환자들이 제한 없는 원격진료를 경험하고 매일 현장에서 쌓이고 있는 전화상담·처방 데이터는 코로나19 이후 제도 개선 논의의 근거로 작용, 비대면 의료의 현실화 공산이 커 보인다.

비대면 의료가 제도화되면 접촉에 의한 감염, 개인보호 장구 사용, 고위험군 만성질환자 관리지연 등이 줄게 된다. 의료진도 보호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의료 현장을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결책은 비대면 기술, 즉 빅데이터·인공지능(AI)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다.

그러나 비대면 의료가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법·제도·기술 문제가 많다.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원격의료의 사회 합의와 합법 문제다. 의료계는 의료의 질 문제를 들어 원격진료 허용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비대면 의료 대상과 질병에 따른 효과 및 근거가 필요하며, 전면 시행보다 대면진료와 혼합해서 실시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보상 측면에서는 수가제도에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기술상 비대면 의료는 국가 경쟁이어서 그에 상응하는 인프라를 갖추고 참여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개선에 필요한 첫째 문제는 감염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개별 의료기관 단위는 물론 국가 단위 시스템이 필요하다. 병원 병상 용량, 개인보호 장비, 확진자 통계 등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비대면 의료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면진료와 유사한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기본 중 기본은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이 구축돼 병원 간 개인 의무기록을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EHR 시스템에는 병원 진료 정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모니터링되는 개인 건강상태 데이터도 저장, 관리돼야 한다. 이에 따라 상응하는 실시간의료정보(PTC)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로 개인 건강 데이터가 수집되고 전달돼야 한다.

가장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의료데이터 표준화와 인터페이스 표준이다. 물론 병원, 환자, 의사 등 시스템 접근이 가능한 적격자인지 확인하고 보호하는 인증 기술도 필수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6년부터 21세기 법을 제정해 EHR에 대한 상호 운용성을 정의하고 정보 차단을 금해 왔다. 즉 EHR 회사는 제3자에게 상호 운용성을 위한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제공하고, 의료기관은 환자의 동의 아래 제3자 애플리케이션(앱)에 의료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중요성을 인지하고 EHR 시스템을 구축, 개인 건강기록 자발 수집 및 공유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여러 차례 시도해 오고 있다. 성과가 제한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듯 코로나19 이후 의료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 것은 자명하다. 코로나19 환경에 적극 대처하고 비대면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의료계 및 정보기술(IT)계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이상은 연세대의료원 헬스IT센터 교수 SELEE11@yuhs.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