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동차 구매가 사치인가

[기자수첩]자동차 구매가 사치인가

공장도 가격이 2000만원인 자동차를 구매하면 우리는 얼마의 세금을 낼까.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취득세를 포함해 약 500만원을 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올해 3~6월 자동차(승용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1.5%로 한시 인하했다. 일정 부분 내수 진작 효과를 본 것은 분명하다. 개소세 인하 기간 자동차 내수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인하 정책으로 올해 1~2월 개소세를 제대로 낸 소비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개소세 인하 반복으로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졌다. 인하 주기가 짧아지고 적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장 혼란도 커졌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2400만대에 이른다. 생활필수품이 된 자동차에 주로 고가 사치품에 적용하는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입법 목적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등 일각에서는 자동차 개소세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입법 목적을 상실한 데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에 개소세를 부과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 입장에서 담배(40%) 다음으로 개소세를 많이 걷는 자동차(22.4%) 세금을 포기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처럼 개소세 대신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비 등과 연동해 취득 세액을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보유 단계에서 내는 자동차세도 불합리하긴 마찬가지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삼는 현행 자동차세(승용차 기준)는 차종별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가격 차가 남에도 같은 세금을 낸다.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적은 배기량으로도 고성능을 발휘하는 차량이 늘었지만 조세 체계는 여전히 수십년 전에 머물러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부과 기준도 모호하다. 배기량이 없는 차량에 대한 세금 기준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세금은 차량을 보유한 국민 누구나 성실히 납부해야 하는 의무인 만큼 정부는 조세 체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최소화되도록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가 사치품인지, 보유세에 대한 형평성은 맞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