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통문화까지 아우른 '신한류'로 세계 중심에 서자"

[창간특집 인터뷰]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통문화까지 아우른 '신한류'로 세계 중심에 서자"

우리 문화산업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영화, 공연, 예술, 관광, 스포츠 등 주요 문화산업에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정부와 문화산업계는 재정 지원과 새로운 문화모델 마련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섰지만 전반적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대면 경제 부상과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온라인 공연과 작품 경매 등 새로운 시도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한 게임, 드라마, K-팝 등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진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그 경제적 효과가 1조7000억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는 우리 문화산업에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가져다줬다. 몇몇 분야에서는 우리 문화가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 문화가 가진 다양성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면 신한류 확산을 통해 문화의 'K-스탠더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장관을 만나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문화산업의 변화와 신한류의 성공 가능성, 문화의 'K-스탠더드'를 위한 필수 요소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산업의 피해가 크다. 정부 차원의 극복 노력은 무엇인가.

▲지난 2월부터 총 11차례 대책을 발표했다. 재정, 세제, 금융지원 등을 포함해 관광, 공연, 영화, 스포츠산업 등 피해 업계를 긴급 지원했다. 특별융자의 경우 관광은 1000억원, 스포츠기업은 500억원이며 예술인 긴급 생활자금은 71억원을 지원했다.

특별융자 외에도 분야별로 업계 어려움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관광은 기존에 4450억원 규모로 진행하던 관광기금 일반융자를 800억원 확대해 5250억원 규모로 시행했다. 예술인 창작준비금은 기존 1만2000명(359억원) 대상에서 코로나 이후 99억원을 증액해 대상을 1만5260명으로 늘렸다.

영화는 영화관이 부담하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연말까지 납부유예하고 체납 가산세를 면제했다. 대중음악인 대상 온·오프라인 공연 개최를 지원할 예정이며 수출상담·박람회를 온라인·비대면으로 개최하는 등 맞춤형 지원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문화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현장성과 교감, 경험 등이 중요한 전통 문화예술, 체육 분야에서 온라인 공연과 중계 등 새로운 시도와 논의가 늘고 있다. 게임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상현실 등이 대표적 비대면 산업으로 언급되며 '문화예술 온라인 콘텐츠' '집콕 훈련(홈트레이닝)' 등 새로운 시장의 급속 성장이 예상된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같은 첨단 디지털 인프라와 콘텐츠 융합을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향후 콘텐츠 산업 성패를 가를 것이다.

이는 플랫폼 경쟁, 신한류 확산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다. 한국은 공연, 영화, 게임, 실감콘텐츠 등 분야에서 많은 가능성이 있고, 뛰어난 기술과 인력 보유 등에서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다.

[창간특집 인터뷰]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통문화까지 아우른 '신한류'로 세계 중심에 서자"

-새로운 기회가 될 분야를 꼽는다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과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이 달라졌으며 이는 한류 확산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현장성'이 강조되어 온 기초예술(미술, 클래식 음악, 뮤지컬·연극) 분야의 온라인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게임, 웹툰, OTT, 온라인 공연 등 비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우리 콘텐츠의 해외 진출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 측면에서는 'K-방역'으로 고양된 '안전한 한국 관광' 이미지를 활용해 방한관광 유치 전략에 활용하고, 의료·치유관광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향후 한류를 '신한류'라고 칭했는데, 신한류와 기존 한류의 차이는 무엇인가.

▲기존 한류는 K-팝, 드라마 등 대중문화 중심으로 한국문화 애호층을 확산시키는 게 핵심이었다. '신한류'는 전통문화, 예술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소비재, 서비스 등 연관 산업과 연계를 강화하는 게 특징이다.

신한류는 방송, 음악, 게임, 웹툰, 영화 등 대중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인의 관심을 받을 만한 전통문화·예술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한류 콘텐츠를 다양화한다. 또 한류와 소비재·서비스 산업과 연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한류를 활용해 식품, 화장품 등 소비재뿐만 아니라 관광,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방침이다.

한국문화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등 지속적 한류 확산 기반 강화도 신한류 정책이 추구하는 방향 중 하나다.

-전통문화 등을 한류에 포함시킨다고 했는데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기술과 문화는 다르다. 기술은 표준화가 중요하지만 문화는 다양성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획일화처럼 위험한 게 없다. 택견이든 봉산탈춤이든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가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여러 형태로 해외에 나가고 다른 산업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다양하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고 문화상품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대중음악 외에도 음식, 패션 등 우리 문화 중에는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게 얼마든지 있다. 국악 같은 경우도 리듬이나 창법을 서양 음악과 결합시키면 굉장히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학도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좋은 작품이 하나 나오면 영화, 게임, 만화 등 연관 부가가치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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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가속화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변화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디지털 경제에서 콘텐츠 산업의 가치와 중요성은 증대되고 시장 확대, 경쟁심화, 기술융합이 가속화될 것이다. 연계망(네트워크)과 플랫폼 등 디지털 기반(인프라)에서 실제로 유통·서비스 되는 것은 콘텐츠다. 당연히 디지털 경제 시대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디지털뉴딜 정책도 이 같은 디지털 경제 전환에 대비 인프라 조성과 산업 지원을 통해 경제 전반의 혁신을 유도하려는 게 목적이다.

이 중 문화관광 실감콘텐츠, 온라인 K팝 공연 제작지원,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드라마 등 OTT 특화콘텐츠, 신기술 융복합예술 창작, 게임 활용 교육콘텐츠 등이 문체부와 관련된 내용이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해당 관련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다.

-콘텐츠 산업 혁신을 위한 문체부의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우선 첨단기술 접목 제작을 늘리고 서비스 기반을 강화했다. 게임, e스포츠, 영화, 방송영상, 짧은 영상(숏폼) 등의 영상 콘텐츠, 웹툰, 온라인 대중음악 공연 등 온라인 기반 콘텐츠 제작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e스포츠 경기장, 온라인 대중음악 공연을 위한 비대면 전문공연장 등 네트워크 연결과 실감기술 구현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기반도 조성할 계획이다.

5G 환경에서 융복합 콘텐츠·신규서비스 개발을 위한 문화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한국문화기술연구원 설립 등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박물관·미술관을 조성해 문화자원 활용 제고와 체험 기회 확대로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힘쓸 것이다.

-우리 문화가 세계 중심(K-스탠더드)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획하고 판매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이다. 창작자는 충분한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해 한류 정책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모험투자펀드를 4500억원 조성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맞춤형 지원도 필요하다.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이 중요하다. 인력도 필수 요소다. 대학 교육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현장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번역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 사람이 우리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려면 질 높은 번역이 필요하다.

우리 콘텐츠 수출액 중 게임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일부는 언어적 요인 때문이다. 게임은 다른 콘텐츠 대비 상대적으로 언어적 요소가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나 문학작품 등의 해외 진출에는 반드시 고품질 번역이 동반돼야 한다.

-끝으로 전자신문과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전자신문 3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동안 전자신문은 전자산업, ICT 측면뿐만이 아니라 콘텐츠 측면에서 중요한 일을 해왔다. 우리나라 콘텐츠는 전자신문과 성장을 같이 해왔다. 축하와 함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시대에 문체부 역시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문화 시장의 미래는 양질의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에 승부가 달렸다. 향후 국가 경쟁력은 역시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 상품을 만드는데 있는 만큼 문체부가 아낌없는 지원을 해 나갈 것이다.

[창간특집 인터뷰]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통문화까지 아우른 '신한류'로 세계 중심에 서자"

◇박양우 장관은...

1958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와 중앙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행정학 석사, 영국 시티대학교 예술경영학 석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를 받았다.

1979년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하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부터 1년간 문화체육부 기념물 과장으로, 1995년부터 2년간 영국 예술위원회에서 일했다. 1998년부터 대통령비서실 사회복지행정관, 문화관광행정관을 역임했다.

2000년 이후에는 문화관광부 관광국장, 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관 문화원장,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과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제8대 문화관광부 차관에 임명됐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중앙대학교 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5~2017년에는 광주비엔날레 대표도 맡았다. 2019년 4월 제51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 문화정책과 예술행정의 산증인이다. 문화, 관광은 물론 영화, 게임 산업까지 두루 전문성을 지녔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문체부 안팎에서 추진력과 친화력으로 신망이 두텁다는 평을 들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