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파수 재할당정책 법치행정 원칙에서 시작해야

[기고]주파수 재할당정책 법치행정 원칙에서 시작해야

주파수는 비대면 등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필수 불가결한 핵심 무선 인프라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의 성패는 이동통신사의 5세대(5G) 이통 투자 유도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통 3사가 보유하고 있는 2G·3G·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 310㎒ 폭은 2021년 재할당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말 윤곽이 드러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할당 대가 규모는 디지털 뉴딜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할당은 사업자가 주파수를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지난 2000년 4월 전파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재할당은 주파수 이용권을 최초로 부여하는 신규할당과는 본질이 다른 제도이다.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정부의 재량권 행사 범위 역시 다르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할당 시점의 해당 주파수에 대한 경제 가치 회수 개념이다. 전파법(11조)에서는 할당 당시의 예상매출액, 주파수 및 대역폭 등 경제 가치를 고려해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파법 시행령(별표3)에서도 주파수 할당 대가의 산정 방식을 엄격히 법정화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행령에서는 재할당 대가 산정 시 추가 및 정책상 동일·유사 용도 주파수의 경매 대가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과거 경매 대가의 반영 기준이나 방식에 대한 세부 규정도 없다. 이에 따라 현재 대규모 재할당을 앞둔 이통사가 대가 수준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2021년 재할당의 경우 이통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파수가 재할당 대상이다 보니 과거 경매 대가 반영 여부에 따라 대가 수준 차이가 3배 가까이 발생한다.

과기정통부의 재할당 대가 산정 원칙은 법령상 산정식에 따라 추진하되 추가 재량권은 5G 투자 활성화 등 디지털 뉴딜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사업자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목적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

재할당 대가 부과 처분은 행정청이 법 집행자로서 행하는 공권력 행사이면서 처분 상대방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침익성 행정 행위다. 침익성 행정 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 및 적용해야 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과거 경매 대가의 재할당 대가에 대한 반영 기준이 전파법 시행령에 없음에도 과기정통부가 임의로 경매 대가 반영 기준을 설정·적용하는 것은 상대방의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저해하고, 침익성 조항을 상대방에게 불리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에 따르면 위법 소지가 상당하다.

만약 과기정통부가 과거 경매 대가를 일정 부분 반영하려 한다면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재할당 대가 부과와 같은 재산권 제한은 상위법(법률)에서 규정해야 하지만 현행 법률에는 과거 경매 대가 반영에 대한 근거가 없음에도 시행령에서 이를 임의로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이 경매 대가 반영에 대한 근거와 반영 수준에 대한 기준이 법에 없기 때문에 산정식을 기준으로 재할당 대가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가 과거 경매 대가를 반영한다 하더라도 이통 주파수의 재할당 시점 경제 가치를 보여 주는 가장 최근의 경매 대가만을 반영하는 식으로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이 성공하려면 5G, 인공지능(AI)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이통사와의 긴밀한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뉴딜 과제 자금 지원 이외에도 사업자의 고충과 헌법상 기본 원칙, 법치 행정에 따라 재할당 정책이 이뤄지고 있는지 잘 살펴서 정부 정책 방향성과 원칙을 되짚어 봐야 한다.

권창범 법무법인 인 변호사 cbkwon@law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