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MIC 규제, 한국은 기회다

[사설]SMIC 규제, 한국은 기회다

미국이 다시 중국을 겨냥해 고강도 제재 조치를 내놨다. 화웨이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 대표 업체인 SMIC를 '거래제한 기업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려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을 차단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SMIC에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수출하려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자국 기업에 통보했다. 외신은 미국 정부가 SMIC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SMIC까지 압박할 정도로 중국 반도체 경계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SMIC는 화웨이나 ZTE와 결이 다른 기업이다. 오히려 화웨이보다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 크다. SMIC는 2000년에 설립된 중국 1위 파운드리 기업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올해 3분기 기준 4.5%로 세계 5위다. 무엇보다 화웨이 제품 대부분을 생산한다. SMIC를 규제한다면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소를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보다 앞서 중국은 대만 TSMC를 미국이 규제하자 SMIC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15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중국은 “미국 정부와 성실히 소통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지만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다. 삼성전자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는 물론 장비업체도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기술력이 탄탄한 기업일수록 미-중 갈등의 수혜주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전공정 웨이터 패턴 결합 검사장비업체인 넥스틴과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다. 넥스틴은 전공정 검사 장비를 국산화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삼성을 비롯해 확실한 수요처까지 두고 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 세계시장에서도 위상이 높다.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중국을 견제하고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