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3>방식 변화가 재택근무 성공의 충분조건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3>방식 변화가 재택근무 성공의 충분조건

“군복이 맞지 않으면 군복에 몸을 맞추라.” 훈련소에서 갓 들어온 신병에게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명령이다. 거주공간을 작업공간으로 바꾸도록 만든 코로나19가 새로운 미래를 향해 호통치는 소리로 들린다. 재택근무 이후 생산성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해 좌불안석인 중소기업 사장의 모습과 겹쳐져 새 시대의 도래를 예견케 한다. 이미 페이스북·트위터·아마존·구글 등이 재택근무를 연장하고, 우리나라도 88% 이상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993년 이후 재택근무를 일상화해 온 IBM을 제외하곤 작업 환경 변화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3>방식 변화가 재택근무 성공의 충분조건

코로나19 여파로 정보통신 환경과 원격서비스는 물론 소프트웨어(SW) 코딩도 보편화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초고속 전산망 구축에 진력해 온 우리나라는 비대면 근무를 추진할 동력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는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성공의 충분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참여자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대면회의와 보고에 의존해 온 소통 방식을 비대면 체제로 바꿔야 한다. 상사 앞에서 설명하는 보고 형식이 문서 내용으로 바뀌고, 상하관계와 윽박지름으로 일관하던 회의 형태가 논리를 앞세운 회의로 발전한다는 긍정 효과도 있다. 회의장을 예약하고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회식을 통해 단결력을 제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 친화력 강화를 위한 대안이 요구된다. 비대면 소통 방식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가가 직장에서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3>방식 변화가 재택근무 성공의 충분조건

다른 하나는 업무 방식 변화다. 자리를 지키고 앉아 일하는 모습으로 근면함을 인정받고, 출퇴근 시간 엄수로 성실하다고 평가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업무의 양과 질 향상이 훨씬 중요해지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 협업에 필수인 약속시간 준수가 출퇴근 시간보다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비대면 근무 환경에서는 업무를 명확히 전달하고, 협업 중재자가 우수한 상사로 인정받는 등 업무 방식 변화가 성공의 필수 요소로 되고 있다. 직원이 새로운 업무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더십도 무시할 수 없다.

비대면 근무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평가방식이다. 개인이 조직에 기여한 성과 중심 평가제도가 투명하게 시행되지 않는 한 기업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평가는 개인의 성과 보상에 대한 기준이기도 하지만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몇 시간을 근무했는지, 얼마나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는지보다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평가가 투명하게 판단돼야 한다. 비대면 근무 환경에서는 배면 환경보다 사실이 더 많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평가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거듭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3>방식 변화가 재택근무 성공의 충분조건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비대면 근무 환경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대면 시대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려면 접속하는 환경과 사용자가 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비대면 생활과 근무 방식의 변화는 심지어 오프라인 근무의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결국은 국가의 산업 경쟁력 향상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을 재촉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비대면 근무의 성공은 더욱 중요해진다. 단기간에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라 기업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새로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