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 용인에 R&D센터 건립 추진…투자의향서 제출

세메스, 용인에 R&D센터 건립 추진…투자의향서 제출

국내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세메스가 용인에 신규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차세대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반 R&D 강화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경기 용인시 명지대학교에서 열린 '2020년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백군기 용인시장은 세메스가 용인시 산업단지 내 설비 투자 의향을 밝힌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백 시장은 “현재 세메스가 우리 시에 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이라며 “(세메스의 투자가) 성사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전했다.

의향서에 따르면 세메스는 축구장 10개 크기인 10만㎡(약 3만평) 규모 R&D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투자의향서 제출은 사업의 초기 단계로 분류된다. 앞으로 용인시 뿐만 아니라 경기도,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의 승인 절차가 있어 이르면 내년 5~6월께 세메스 투자 여부와 구체적인 부지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승인 과정 중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남은 행정 절차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램리서치 R&D센터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용인에 거점을 만드는 것이 확정되면서 장비 유력기업인 세메스 사업장 유치를 용인시가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이번 세메스 투자는 정부가 1년 전 일본 수출규제 사태 이후 공들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정책 방향과도 상당히 잘 맞아떨어져 허가 우선 순위에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세메스는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회사다. 삼성전자 자회사로, 올해 일본 장비 회사 도쿄일렉트론(TEL)이 삼성전자에 주로 공급하던 낸드플래시 핵심 식각 장비를 삼성 시안 반도체 공장에 납품하면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밖에 세정장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메스, 용인에 R&D센터 건립 추진…투자의향서 제출

세메스는 사업 구조개편에 돌입했다. 최근 원익IPS에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노광과 세정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국내 LCD 시장이 악화된 것을 고려, 반도체 장비 등 고부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세메스는 매각 작업과 함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외 다양한 칩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반도체 장비 제품군 확보와 영업 조직 강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용인 R&D센터 설립 계획도 세메스의 최근 행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장비 대표 기업으로서 기술 고도화와 국산화 의지를 분명히 반영한 프로젝트라는 평가다. 또 주요 고객사와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천안 본사, 화성에 연구소를 둔 세메스가 용인에 거점을 만들어 삼성전자 사업장 운영을 측면 지원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요 팹이 있는 평택과 화성 한가운데 위치해 고객사와의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백 시장은 용인을 'K반도체 벨트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세메스, 용인에 R&D센터 건립 추진…투자의향서 제출

백 시장은 “용인시 내에서 반도체산업정책협의회를 운영하며 전문가들과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연구를 지속 진행하면서 용인을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으로 발돋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