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노하우로 기술 '퀀텀점프' 노린다

기술특허 확보·생산 노하우 흡수
초대형 M&A로 후발주자 약점 극복
월 8만장 규모 中 다롄 팹도 품어
삼성전자 등 선발주자 추격 발판

[뉴스해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노하우로 기술 '퀀텀점프' 노린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단순히 생산 능력 증가만이 아닌 낸드 생산 기술까지 아우르는 '퀀텀 점프'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10조3000억원을 들여 인텔의 낸드사업부와 중국 다롄 낸드 팹을 인수했다. 다롄 낸드 공장의 생산 설비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8만장 규모다.

통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규모가 10만~12만장 사이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인데다 팹 구축에 드는 비용이 15조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적은 비용으로 인수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10조3000억원 안에 '팹 인수 비용 외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주요한 배경으로 인텔의 기술 특허 확보를 꼽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나 일본 키옥시아 등 기존 낸드 강자에 비해 낸드 사업 시작이 느렸던 만큼, 보유하고 있는 특허 개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새로운 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이석희 SK하이닉스 CEO는 임직원에게 인수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에서 “후발 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으며, 특히 업황 변동성이 심한 메모리 사업의 특성이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앞을 가로막아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랜 시간동안 반도체 설계 노하우를 쌓은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약점 극복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독특한 생산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제품군을 늘릴 수 있는데다, 경쟁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인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인수 작업 이후 지고 가야할 위기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중국 팹을 사들이면서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의 눈총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움직임 등을 견뎌내야 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SK하이닉스를 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오히려 인텔이 미-중 무역분쟁 관련 우려를 덜고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인다.

한편 인텔은 이번에 SK하이닉스에게 다롄 팹과 낸드사업부를 매각한 뒤 확보한 자금을 인공지능, 5G 네트워킹, 자율주행 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텔은 메모리사업 가운데 매각하지 않았던 옵테인 메모리 분야에 더욱 강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옵테인 메모리는 인텔의 독자 기술인 3D 크로스포인트 기술로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비집고 들어온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다.

인텔은 최근 옵테인 메모리 사업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옵테인 메모리 팹 기능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