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붙은 '공공 배달앱' 지자체 도입 속도낸다

경기도 '배달특급' 내달부터 시범운영
시흥시, 띵동과 제휴…독자노선 채택
세종시, 지역화폐 '여민전' 결제 결합
공정경쟁 저해·세금 논란 다시 불거져

경기도 공공배달앱 홍보자료.<이미지 출처=경기도주식회사 홈페이지>
경기도 공공배달앱 홍보자료.<이미지 출처=경기도주식회사 홈페이지>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배달앱 사업이 내달부터 전국 단위로 사업에 나선다. 배달 중개수수료로 0~2%의 지자체 공공사업과 6~12%를 받는 민간 배달앱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11월부터 연말까지 경기도를 포함, 시흥시·세종시·대전시·천안시 등 지자체가 공공 배달사업을 시작한다. 경기도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은 11월 화성·오산·파주 3곳에서 우선 1차 시범 운영한다. 사업 홍보를 위해 청년 150여명을 선발해 서포터즈로 활용한다.

공공 배달앱 성공은 가맹점 확보가 핵심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일정 규모 이상을 달성해야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6주 동안 진행된 경기도 배달특급 가맹점 사전접수에는 이달 15일 기준 총 4221건이 접수됐다. 목표치였던 3000건은 초과 달성했으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가맹점 숫자가 부족하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전국 10만개, 수도권 3만~4만개 가맹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내에서도 시흥시는 배달특급 사업과 별개로 독자 노선을 걷는다. 시가 배달앱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민간 사업자를 모집해 지역화폐 '모바일시루'를 붙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앱 개발과 운영에 공공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고, 가맹점 확보도 민간 사업자에게 위탁해 재정 부담이 덜하다. 사업 파트너로는 총 1만5000개 가맹점을 보유한 허니비즈 배달앱 '띵동'이 선정됐다. 참여 가맹점은 최초 주문 60건까지 수수료가 면제되며 배달비도 2000원씩 지원된다. 이달부터 가맹점 모집에 돌입한다.

송효찬 허니비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후죽순 생기는 소규모 배달앱의 경험 부족으로 유수 대리점과 파트너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띵동 노하우와 신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상권 활성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12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민관협력 배달앱' 모델도 시흥시와 유사한 방식이다. 민간 배달앱을 활용하면서 세종시 지역화폐 '여민전' 결제 시스템을 탑재한다. 지난해 전국에서 개발된 715개 공공 배달앱 중 상당수가 폐기처분되거나 개선 대상으로 평가받은 점을 고려했다.

공공 배달앱 출범이 임박하면서 지자체의 시장 개입 적정선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민간 배달앱과 경쟁하려면 이용자 확보를 위한 예산 집행이 불가피한데, 홍보·마케팅 등에 예산을 과도하게 집행하면 공정경쟁 저해 및 세금낭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공공 배달사업은 배달중개 수수료가 낮아 가맹점들의 환영을 받고 있으나 소비자를 끌어들일 혜택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극복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달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한 서울시는 이를 위해 시 예산을 동원해 두 차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할인 폭에 따라 등락이 크게 갈렸다. 출범 기념 프로모션은 할인 폭이 10%(지역화폐 할인 포함 시 20%)에 불과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이달 16일 진행한 50% 할인 행사에서는 주문이 폭주하면서 조기 마감으로 이어졌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