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8>바이든-해리스 정부의 ICT 정책 변화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8>바이든-해리스 정부의 ICT 정책 변화

“이제는 숨을 쉴 수 있어 기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의 승리로 끝나면서 한 정치 평론가의 눈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을 패러디한 한마디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철폐를 희망하는 그에게 화답하듯 바이든 당선자의 첫마디는 국민 통합으로 시작했다. 생각과 지향점이 전혀 다른 새 지도자의 등장으로 미국 정부의 외교, 환경, 산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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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 시절부터 중산층 호혜정책을 강조하고, 그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교통 인프라를 구축한 바이든은 이번 선거에서도 5세대(5G) 모바일망의 보편적 서비스와 취약 계층을 위한 인터넷 확장을 약속했다. 도시 중심의 미국 인터넷 서비스가 농촌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아마존·애플 등 플랫폼 기업의 정보 독식, 대기업이 지닌 부의 편중을 비난해 온 바이든과 해리스의 성향이 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 누구나 동일한 조건으로 인터넷을 활용하도록 추진되는 망 중립성 정책도 선거 공약의 일부다. 10년 이상 지지부진하게 진전돼 온 우리나라 망 중립성 논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8>바이든-해리스 정부의 ICT 정책 변화

대기업의 불공정과 시장 장악력을 불편해 하고 실리콘밸리 등 특혜를 받아 성장한 집적 산업단지에 부정 의견을 표시한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 지원으로 급성장하는 기업 중심 경제정책은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중소기업 지원은 확장될 공산이 크다.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보안 관련 규제도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공정시장경제가 강조될 것이지만 미국 경제를 견인하는 테크노 기업(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 하락세를 좌시할 수 없는 고민이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확실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동맹국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은 트럼프가 고집해 온 '나 홀로 통상'에서 벗어나 '우리 함께 통상' 전략으로 수정되겠지만 이미 외교 다변화를 추진하는 우리나라에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ICT 산업이 중국 등 동남아시아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어 지혜롭고 세밀한 전략 수정이 요구된다. '미국과 함께'하려는 시도는 집단의 적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웨이와 알리바바의 미국 관계 개선이 우리나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계산해야 한다. 바이든이 말하는 '우리'는 군사동맹국이 아니라 미국에 이익을 주는 국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국의 ICT 산업은 민간 기업 주도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정부 영향력은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돌풍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강대국의 헛기침은 작은 나라에 폭풍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정부와 전문가 집단 중심으로 미국의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정책 변화를 논의할 때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88>바이든-해리스 정부의 ICT 정책 변화

물론 ICT의 중요성과 미래 역할을 감안하면 누가 대통령이 돼도 급격한 정책 변화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 차기 정부의 ICT 산업 발전 방향과 기조를 예견한 정책 수정은 빠를수록 좋다. 당연히 미국의 변화가 한국을 지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지만 강대국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일은 중요한 정부의 몫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미국의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ICT 관련 계획과 정책 변화를 연구하고 국민과 공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